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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의 추억

저는 뷔페를 좋아해요. 선택의 폭이 넓잖아요. 여기처럼 양도 많이 먹을 수 있고....

그러고 보니 뷔페 하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무더운 여름, 오래전 일이에요. 그날은 아침부터 굶어서인지 점심때 너무 허기가 지는 거에요. 그런데 엄청난 곳을 발견했죠. 무제한 뷔페인데 5,000원 밖에 안하는 거에요. 그래서 들어갔죠. 사실 뷔페라고 써 놓고 음식의 가짓수가 많지 않은 곳이 종종 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요즘 밥값이 5,000원이 넘는데 이런 곳은 감지 덕지죠. 대부분 이런 곳은 함바집 이라고 해서 싸고 양많고 막 그래요. 싼 대신 사람들이 많이 찾게 하는 거죠. 들어가보니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더라구요. 허름한 작업복에 옹기종기 앉아서 산더미처럼 음식을 쌓아서 먹는 사람들.. 그런 틈 안에 있으면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때 기억에 남는 어르신 한 분이 계셨어요.


제 옆에 조용히 들어오신 어르신은 한 눈에 보아도 몸도 약해보이시고 나이도 꽤 많아 보이시더라구요. '딱 보아도 어떻게 들어오셨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옷도 낡고 하셔서..

하루에 한끼만 겨우 드실 것 같던 어르신은 5,000원을 조용히 내시더니 음식 앞으로 가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접시에 떡이랑 빵을 담으시더라구요. 조금 의아스러워서 계속 보게 되었어요. 대게 뷔페를 가면 밥이랑 국이랑 고기랑 일단 배를 채워야 하니까 그런것 부터 담지 않나요? 아니면 죽을 담거나.. 그런데 그분은 안 그러시더라구요. 분명히 배가 고파보이셨는데..


조용히 밥을 먹으면서 그 어르신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호기심이 생긴거에요. 그분은 음식들을 담더니 자리에 조용히 앉으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생각하지 못한 행동을 하시더라구요. 갑자기 옷 안 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내시더니 주섬주섬 음식을 담으시는 거에요. 그것도 주인이 볼 새라 조금씩 조금씩 말이죠. 노인은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행동은 민첩했어요. 제가 보기에 비닐에 담는건 오늘 저녁과 내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어요. 안주머니에 신속하게 넣으신 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접시를 들고 밥과 국을 담으시더라구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은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하시는구나. 하루 밥먹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어디선가 어렵게 구한 5천원으로 이곳에서 내일 먹을 식사를 담으시는구나. 하고 말이죠.


참, 선생님도 비닐 하나 드릴까요?


비닐 많이 챙겨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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