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손녀가 눈부신 햇빛에 얼굴이라도 탈까봐 양산을 펼쳐 들었습니다만 손녀는 할머니의 그늘이 더 좋은지 자꾸만 품에 파고 듭니다.
모습을 보면서 어릴적 한 여름의 뜨거운 볕을 막아준 고목나무가 생각 났습니다. 고목나무는 항상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던 늙은 고목나무는 나의 버팀목이자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할머니는 더우실 텐데도 온 몸으로 볕을 막아섭니다. 작은 양산은 둘을 가리기엔 턱 없이 작아 땀을 연신 흘리시지만 막을 수 있는게 양산 밖에 없어 보입니다.
아름답지만 한편으로 슬픕니다. 그녀가 들었던 양산은 손녀의 ‘투명 비닐 우산’이었기 때문입니다. 양산의 사이로 볕은 어김없이 파고들고 있었거든요. 들고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처럼 보이지만 할머니는 손녀를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녀는 올망올망한 눈으로 할머니의 옆에 붙어있습니다. 그런 손녀를 할머니는 말없이 볕을 막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