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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약국 앞에 할머니는 왜 서 있었을까


“그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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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앞에선 할머니는 아까부터 서성이고 계셨다. 추운날씨에 꽁꽁 싸맨 왜소한 몸의 할머니는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없어 보였다.

“약 사시게요?”
“그게 아니고...”


입구에 서 있던 약사는 할머니에게 물었지만 처방전을 꼭 쥔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실갱이가 눈에 띄었다.

“예기서 약 살 수 있는 거에요?”
“그럼요. 할머니”
“그게 아니고. 낼게 아니라서(안 살거라서)”
“일단 종이(처방전) 줘보세요. 가격 알려드릴게요”


할머니가 아까부터 망설인 이유는 약처방은 받았지만 낼 돈이 없어서였다. 혹시나 모르니 가격을 알려주겠다는 약사의 말에 돌돌말려진 종이를 선뜻 내민것이다. 금액을 확인하러 간 사이 할머니는 수술을 기다리는 노인의 착잡한 마음 처럼 의자에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


“할머니. 500원만 내시면 되겠네요”


그러나 할머니는 그 돈도 낼수 없는지 작고 낡은 지갑속에서 잔돈을 이리저리 찾고 계셨다. 아픈것도 서러운데 낼돈이 없어 약국을 서성여야 하는 심정은 얼마나 슬프고 비참할까. 모임에서 누가 돈을 낼것인가 눈치를 보며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비참한 마음보다 더 할지도 모른다.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가진자는 건강도 살수 있고 가지지 못한자는 최소한의 약값도 없어 절절매어야 하는가에 대해 하루종일 심란했다. 할머니 옆으로 약값이 20만원 나온이가 약 뭉치를 들고 지나갔다.

문득 내 미래는 어떨까 두려웠다. 나는 약국앞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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