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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술사의 마술 가정교사 이야기


박술사의 마술 가정교사

*박술사는 어린이 마술 지도를 통해 자신감을 높여주는 일을 합니다

<햄버거 소녀 이야기>

높다란 건물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자 저는 심호흡을 크게 했습니다. 대리석이 깔린 깔끔한 입구를 지나자, 경비를 서는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묻습니다.

“어떻게 오셨죠?”

“12층에 마술 지도가 있어서요. 어머니랑 통화했습니다.”

안내로 들어간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통로의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자 고요하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는 점점 긴장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기우가 고액 과외하러 들어갈 때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12층의 벨을 누르자 곧 문이 열리고 초등학생과 그보다 나이가 어린 소녀가 입구에서 저를 맞이 합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술사를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제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분홍색 햄버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두 자매는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네가 지민이니?”

오늘 수업하기로 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는 사슴 같은 눈망울로 저를 쳐다봅니다. ‘세상에 이렇게 맑은 눈동자의 아이가 있다니’ 속으로 생각해봅니다. 왠지 오늘 수업은 잘 될 것만 같습니다.

마술을 배우려고 발표 2주 전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어머니는 저와의 상담 전화로 확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보다 전문적으로 마술을 가르쳐 줄 것 같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수업을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마술이란 외로움의 싸움이란다. 지금 당장 재밌어 보여도 완벽하게 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거든. 잘할 수 있지?”

저는 마술보다 마술을 바라보는 태도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마술이라는 쇼는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술도 공부도 삶도 다 그렇긴 하지만요.

단 한번 하는 마술 과외 선생이지만 진도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 건 왜일까요? 저의 잔소리 같은 말에도 아이는 큰 눈을 꿈벅이며 경청합니다. 똑똑한 아이는 제가 무슨 말을 하고픈지 다 아는 눈치였습니다.

잔뜩 늘어놓은 마술도구의 사용법과 연출을 알려주러 음악을 선정할 때 갑자기 떠오른 건 물랑 루주의 “lady marmalade”였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이 음악에 잘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수업을 해왔던 아이들과는 다르게 동작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무척 열심히 였습니다.

“이 음악이 좋니?”
“네”

다행히 음악을 좋아한 아이는 함께 한 수업 내내 열심히였습니다.

“발표까지 얼마 안 남았지만 최선을 다하면 돼. 선생님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려오는 지민이가 무척 기대된 단다.”

제 말을 이해 했는지 커다란 눈을 꿈뻑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수업 시간 3시간이 1시간 30분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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