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은 하얀 게 특징인데 빨간 맛의 주제로 쓰다니 그냥 처음부터 하얀 맛을 쓸걸 그랬나 보다. 이미 시작했으니 바꿀 수도 없고..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서 부랴부랴 무 채를 올려놨다. 그래야 그림이라도 될 것 같아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떠오르는 건 하얀 국수 단팥빵, 호빵 등인데 눈앞이 캄캄하다. 누가 시켜서 쓰는 것도 아니니 내 맘대로 써야겠다.
순댓국은 따뜻한 음식이다. 뒷골목의 정겨움이 떠오른다. 왜 순댓국은 할머니가 뚝배기에 담아와야 맛이 있을까? 어릴 적 할머니가 배 아프면 쓰담쓰담하면 안 아픈 것처럼 할머니 손에는 신비한 명약이라도 숨어 있는 것만 같다.
뚝배기에 자글자글 끓인 순댓국에는 뽀얀 국물이 자글자글 끓어댄다. 하얀 용암이 있다면 이런 것일 게다. 하얀 국물에 검은 순대가 부르퉁하게 건져진다. 한 숟갈 떠서 붉은 무채와 함께 먹으면 온몸이 뛰어다닐 정도의 반응이 온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뜨거워서. 뜨거운 순대가 목 넘김을 하는 순간 평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한 숟갈씩 떠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왕창 말아낸다. 밥 한술 국 한술도 좋지만 왕창 말아서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된다. 꼭 그러란 법은 없는데 그래야 한다. 그래야 맛있다.
순댓국에는 무채와 깍두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순댓국의 덥덥한 맛이 상큼한 무에 씻겨져 내려가기에 찰떡궁합이라 할 수 있다. 무가 맛있는 곳은 뭘 해도 맛있다. 기본이 아주 잘 되어 있으니 다른 건 볼 필요도 없다.
사람도 기본이 잘 되어있으면 당장 힘들지라도 극복하고 빛을 보게 되어있다.
김치 국물을 하얀 순댓국에 넣어 간을 맞춰보자. 소금이나 후추를 넣을 때와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