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주는 그 무언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이 저 끝에 한 남자가 스탭을 맞추고 있습니다. 탱고를 배웠는지 지하철 유리문을 거울 삼아 이리저리 몸을 맞춥니다. 주변을 의식해서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정작 몸을 움직일 때는 한동안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고도의 집중력으로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모습으로 저의 눈을 떼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의 표정에서는 한없는 기쁨을 볼 수 있었죠.
마술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저는 카드를 들고 다니며 연습에 열중했었습니다. 수 없이 실패하는 동작에 약이 오르기도 하고 잘 되는 기술이 신기하기도 해서 연습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때는 정말로 열심히 했습니다. 지하철 구석에 혼자 서서 연습에 열중했습니다.
열정이란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쏘시개 삼아 불태우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때는 실패 조차 즐거움으로 다가오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입니다.
그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겠죠
스텝을 밟던 그 남자는 곧 사라졌지만 열정의 향기는 제게 오랫동안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