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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점퍼를 입은 아저씨는 지하철 한 구석에서..

퇴근이 한참 지난 저녁 무렵, 지하철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미 술에 취해 조는 사람, 이어폰끼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네요.

지하철 한 구석에 눈에 띄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붉은색 점퍼에 모자를 푹 눌러쓴 거무 튀튀한 얼굴의 중년 아저씨입니다. 그의 앞에는 오늘 팔다 남은 잡지가 수북히 쌓여있네요. 거리의 한쪽에서 잡지를 파는 사람입니다.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잡지는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데 활용이 되는데요. 지정된 거리에서서 하루종일 잡지를 팔아야합니다. 요즘 쌀쌀한 날씨라 그런지 두텁게 입은 점퍼가 무척 눈에 띕니다.

거리에서 잡지를 들고 있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권쯤 팔릴까요? 그래도 그 한권이 모여 자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에 매일매일 실망하지 않고 나옵니다.

아저씨의 수레를 보니 잡지가 한가득이네요. 아마 오늘은 많이 팔지는 못한 모양이에요.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냅니다. 작은 쪽지 같은데 아마도 딸의 사진 같아요. 사진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검은 봉지를 하나 꺼냅니다.

꺼내면서도 눈치가 보이는지 그 커다란 눈망울로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사람들이 관심없어 하는것 같으니까 봉지를 살짝 풀어봅니다. 안에는 먹다가 만 떡 몇개가 들어 있었네요.

떡을 조용히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기 시작합니다. 혹여나 옆사람에게 방해를 줄까봐 조심스러워 하면서 말입니다.

한..세개쯤 씹었을까요? 갑자기 내려야할 역이 왔는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수레를 끌고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네요.

그렇게 아저씨의 하루는 팔지못한 수레를 끌며 저물어 갑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실망하지 않아요.

오늘 당장 고되고 힘들지라도 내일은 더 나은 행복이 있을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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