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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길이라는게 있다.

우리집은 골목 안에 있다. 골목에서 차를 가지고 나가면 도로가 있는데 하필 이 도로에서 30미터 앞에 신호가 있어 차들이 서면 꼼짝없이 골목에서 차를 세우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여러가지 상황을 보기도 한다. 내가 나올 것을 알고 차를 세워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차가 있는가 하면, 어떤 차는 앞뒤 간격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골목을 딱! 하고 막아서서 내가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내가 빠져 나갈걸 보고 차를 막고서는 사람도 봤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화가 났다. 일부러 차로 길을 막고도 모른체 하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어이 없어 하는걸 보고 속으로는 즐거워 할지도 모른다.)


그럴때는 일단, 화가 먼저 났다. 왜 나를 곯리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상향등을 켜거나, 손가락질하면서 차를 빼라고 하거나, 경적을 울리거나 하곤 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뇌의 길'


뇌에 특정 자극을 주고 쌓여 갈 수록 그러한 행동은 아주 쉽게 나타난다. 뇌에 길이 생겨 버리는 것이다.





오래된 산길에는 처음에는 길이 없지만, 

사람들이 같은 곳으로 오랫동안 다니게 되면 

풀도 안나고 길이 생겨 버린다. 

그 길은 한번 생기면 바뀌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직진 우선 차량이고 내 앞에 길을 막으면 다음 신호에 차가 빠질때 가면 된다. 나는 급하지 않다. 급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차들이 길을 막던 상관이 없었다. 차를 막아 화가 났다면 그 기분은 그대로 유지되어 사고가 날 확률이 아주 높아 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로 골목을 빠져나갈때 마다 다른 곳으로 신경을 바꾸려 애를 썼다. 차가 길을 막으면 화가 나는 뇌의 길을 원천 차단을 한 것이다. 그랬더니 운전할 때 어떤 상황에도 급하지 않고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뇌의 길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경험해 봤으니까. 한번 길이 잡혀 버리면 바꾸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는 생각이다. 


주변에 보면 작은 일에 화부터 내는 사람, 감정적인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이미 화를 낸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화는 들불처럼 번져 다른 사고를 낼 확률을 더 높여준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람, 이성적이기 보다 감정적인 사람들을 보면 처음부터 폭력적이기 보다. 스스로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날 때 차분하게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된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감정적이고, 급하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문제만 더욱더 가중시킬 뿐이다.


뇌의 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뇌의 길에 감정적이고 화와 폭력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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