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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 없다구

<유혹>

새벽을 향하는 아주 늦은 저녁, 나는 이어폰을 낀채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노라조 - 형’이라는 노래였다. 우울한 나를 위해 지인이 추천해준 곡이었다.

“쨍그랑”

이어폰의 음악 사이로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고 주변을 살펴 보았다. 택시 주변으로 한 남자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술에 잔뜩 취한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택시를 세우려 주머니에서 손을 뗄 때 동전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세상 크게 들린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왜 저 사람은 못들었을까’

잠시 발길을 멈추고 바닥을 보았다. 작고 반짝이는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나는 갈등했다.

‘동전을 주워 택시에 탄 남자에게 던져 줘? 아니면 그냥 지나가?’

순간 모든것이 슬로우로 보이기 시작했다. 술취한 남자는 택시기사와 행선지의 방향을 놓고 씨름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연인이 팔짱을 낀채 지나갔으며 저 멀리 아저씨들의 느릿한 발걸음이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로 눈은 바닥을 응시 한채, 선택 장애로 갈등하는 내가 서 있었다.

‘저를 가지세요’

동전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작은 유혹의 몸짓을 보이면서 말이다.

“동전이 말을 걸다니 그럴리 없어”

나는 동전이 말을 거는게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뒤, 택시는 사라지고 나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품에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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