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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이 먹고 싶어서요

겪은일로 글쓰기 연습을 해보자.





제목 : 제육 볶음이 먹고 싶어서요.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날 무렵, 저는 포장마차라고 써 있는 음식점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곳은 지나다니면서 몇번 눈에 띄인 곳입니다. 골목의 어귀의 한쪽에 있는 이곳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입니다. 호기심이 가득했던 저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허름해 보이는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제육과 소주를 할 작정이었습니다. 마침, 오늘이 그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게 앞에서 저는 망설였습니다. 가게 안에는 중년의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식이라도 하는듯 삼겹살과 소주들이 놓여져 있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몇몇의 사람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들어갈까말까를 망설이는데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셨습니다. 혼자 서 있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어보십니다.


"무슨 일이우?"


낯선 사내 혼자 가게에서 머뭇머뭇거리니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실내의 바쁜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스윽 내밀어 보입니다. 순간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제육이 먹고 싶어서요..."


마침 간판에 제육이라는 글자가 크게 보여 겨우 한마디를 땠습니다.


"고기는 다 떨어졌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난감한듯 잠시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시다가 이어 말씀을 하십니다.


"금방 무쳐서 구우면 되지 뭐. 가서 고기는 사올테니 자리에 앉으쇼"


검은 얼굴의 사내가 머뭇머뭇거리며 서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랬는지, 아주머니는 시원한 목소리로 자리에 앉으라고 하십니다. 그냥 다음에 와도 될 것을 온 걸음이 아쉬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저도 가게안으로 발을 들여 놓고 맙니다. 가게 안에는 낯선 중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습니다. 제가 자리에 들어서자 모두들 잠시 곁눈질로쳐다보는 눈치입니다. 시꺼먼 사내 혼자 가게에 들어와 앉아 있는 모습이 이채로워서였나 봅니다. 다들 함께 인데 혼자인 남자가 애처로워서 였을지도요.





그냥 집으로 갈까 싶었는데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남편분은 고기를 사러 가셨고 아주머니는 금새 찬거리를 내어 놓습니다. 멸치무침, 콩나물 무침 등등이 저를 맞이 합니다.


"아.. 아주머니, 소.. 소주 한병 주세요"


찬거리를 보고만 있기가 그래서 소주 한병을 시킵니다. 테이블 위에는 찬거리와 소주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다 익은 삼겹살에 얼굴이 붉어진 중년의 부부가 저를 흘깃 쳐다봅니다. 술에 환장한 놈도 아닌데 꾸역꾸역 먹겠다고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저를 보자니 측은한 마음이 스스로 듭니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그리워 집니다. 빈잔에 홀로 소주를 채우는 것으로는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법입니다. 한잔을 툭, 털어놓으니 입이 씁니다. 세상의 모든 아픔과 쓰디씀이 소주안에 머물러 있는것 같습니다.


찬거리를 벗삼아 한잔 두잔 홀짝홀짝 마시고 있을 때 쯤. 고기에 양념을 얹은 제육이 테이블 위에 놓입니다. 붉은 제육과는 다르게 갈색 빛이 감도는 돼지고기가 낯섭니다. 가장 커보이는 고기 한덩이를 집어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 삼킵니다.


"어때, 삼촌 맛나지?"






그제서야 아주머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60대로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는 마른 고목마냥 여기저기 주름이 패인 얼굴입니다. 쨍~ 한 두 눈만이 힘들게 살아온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것만 같습니다. 저의 반응이 궁금했는지 제육 볶음을 여기저기 휘휘 저으면서 저의 표정을 살핍니다.



"맛.. 맛있네요"



고기의 두툼함과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양념이 입안에 머뭅니다. 한참을 씹다가 소주로 다시 입가심을 합니다. 그리고는 하나, 둘 고기를 집어 입안으로 넣습니다. 젓가락질은 멈출줄 모르고 계속 됩니다.


"천천히 먹어. 삼촌. 많이 배고팠나 부다. 밥도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지"





주인 아주머니는 밥을 이내 들고 나옵니다. 후라이팬에 아직 고기의 양념이 남아 있을 때, 밥 한덩이를 넣고 슥삭슥삭 비벼내기 시작합니다. 고기를 먹느라 어느정도 배가 찼는데도 다시 허기가 진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밥에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고 마구 비벼대니 군침이 도는 느낌입니다.





제육볶음의 양념에 비벼진 밥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고소한 참기름의 향내가 코 끝을 간질이기 시작합니다.


"자주와 더 맛있게 해줄께"


주인 아주머니는 젊은 사내가 안쓰러웠는지 말합니다. 계산을 하는데 천원짜리는 안받겠노라며 다음에는 더 맛있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가게 문을 나서는 길.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제육볶음이 먹고 싶었던게 아니라,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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