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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핫도그

*글을 써보자



출출한 오후 무렵 길을 걷던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길 건너편에 있는 핫도그 집으로 향했다. 핫도그의 기름기 절은 밀가루의 고소한 냄새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식욕이 돋는 느낌이 들어서일 게다.





(1)


"핫도그 하나만 주세요"


내가 '국민학생' 무렵에는 학교앞에 핫도그를 많이 팔았다. 기름 펄펄 끓는 냄비에 소세지에 밀가루 반죽을 뭉쳐서는 담갔다가 한참후에 꺼내면 부풀어 오른 핫도그가 노릇노릇하게 익어 있었다.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잠시 선탠을 하면 구릿빗의 건강해 보이는 모습을 하듯. 핫도그도 그렇게 보였다. 먹음직한 핫도그를 바라보며 나는 친구의 옆에서 우물쭈물 하고 서 있었다. 친구는 용돈이 있었지만 나는 용돈같은건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단칸방에서 5식구가 겨우 입에 풀칠정도만 하며 살던 그때엔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해야만 했다.


"한 입 먹을래?"


친구가 먹던 핫도그를 내 입에 가져다 대면 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 잡으며 핫도그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윤기가 흐르는 핫도그에 붉고 선명한 케챱이 나를 유혹하는 듯 했다. 친구의 한마디에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기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핫도그 한입이 아쉬웠는지 집에 와서는 핫도그 하나 사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부모님은 아는체 만체 했다. 그땐 알았어도 어떻게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난은 그렇게 어린 소년의 마음 한구석에 알수 없는 생체기를 내곤 했었다.











(2)


지금이야, 핫도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의 한입 핫도그의 맛이 나지 않는건 참으로 이상하다.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세지도 고급지고 밀가루 반죽도 좋아졌을 텐데 말이다.


이러저러 생각을 하며 한쪽 구석에 앉아 핫도그를 들고 앉아 있노라니, 곧이어 문이 열린다. 엄마가 초등학생2~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서다. 잠바와 목도리로 꽁꽁 몸을 싼 아이둘은 두눈을 크게 뜬 채였다. 


"뭐 먹을래?"


엄마는 아이들과 메뉴판을 번갈아 보며 주문을 하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선택을 잘 못하는것 같다. 아이들은 가게안에 들어온 작은 인형들 처럼 말 없이 서있다. 그런 아이들이 답답했는지 아이 엄마는 핫도그 2개를 시킨다.













(3)


'피자 먹으러 가자'


어느날 어머니는 우리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어디서 알아내셨었는지 피자가게를 간다는 거였다. 어린 나와 동생은 신나서 발을 깡총깡총 굴렀다. 밥도 겨우 먹던 우리에게 그날은 신이 내린 축복의 날이었던것 같다. 엄마도 신나고 우리도 신났다. 피자라고 불리우는 이상망측한(그당시에는 그랬다) 빈대떡을 태어나서 처음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2층에 있는 가게로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신나서 피자를 먹느라 바빴다.


"엄마는 피자 안 드세요?"


한참 피자를 먹던 나는 가만히 멀뚱멀뚱 우릴 보고만 있던 엄마에게 물었다.그러자 엄마는 우리에게 말했다.


"엄마는 피자 같은거 안 좋아해"













(4)


다시 핫도그 가게.


아이들은 핫도그를 먹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핫도그의 달달하고 바삭함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그때의 모습이 생각이 나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핫도그가 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엄마는 핫도그 안 드세요?"


"응. 엄마는 핫도그 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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