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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맥스> 마스크의 도로


<매드 맥스> 마스크의 도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합니다. 00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확진자의 주소지는 00 입니다."


지인의 문자를 보자마자 나는 자리에 멈춰 있었다. 뒷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문자가 가리키는 지역은 내가 있는 곳에서 머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에 뒤통수가 서늘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간혹 마스크를 쓴채 접촉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하는 '절박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콜록!"


지하철의 한쪽 구석에서 노인이 잠결에 기침을 하자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들 '시선의 송곳'으로 그 노인을 찔러 댔고 그것을 알았는지 마스크를 뒤집어 썼다. 근처에 있던 나도 저절로 그 노인에게서 떨어지고 말았다. 노인을 째려 보면서 말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하지만...'



이젠 지하철 내부에서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마스크만 쓰고 눈만 빼꼼히 내민 채, 주변의 기침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앙은 인간 사이의 벽을 더욱더 높게 가로 막고 있는 듯이 보인다.



안경을 쓴 탓인지는 몰라도 마스크는 정말 불편하다. 답답하기도 하거니와 안경에 서리는 김 때문에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적응이 안된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 2015년에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생각 났다. 핵전쟁으로 멸망한 미래를 배경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물을 독차지한 독재자와 주인공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독재자인 생명 유지장치로 보이는 특이한 형태의 마스크를 한 빌런 '임모탄 조'가 있다. 장기간 방사능에 노출되는 바람에 호흡기 질환과 암을 비롯한 온갖 질병에 시달리기 때문에 호흡기를 몸에 달고 다니지 않을 수 없는 그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때문에 몹시도 답답하게 보였던 기억이 난다.



가빠오는 숨을 겨우 추스르며 마스크에 의지한 채 하얗게 김이 서린 안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임모탄 조'가 뜨거운 바람의 사막에서 맞이한 그곳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함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점점 목을 옥 죄어 오는 느낌이 든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다.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 것은 사실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확진자가 얼마 나오지 않았을 무렵만해도 느끼지 못했던, 메르스나 사스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요즘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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