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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집

*라면을 끓여주는 할머니를 주제로 글을 써보자.


대림역을 지나면 늘 눈에 띄는 음식점 하나가 있었다. 소문난 해장국집 입구에 붙은 작은 안내문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라면 + 공기밥 3,000원>








라면과 밥의 저렴한 가격보다 낡고 허름한 이곳이 더욱 궁금했다. 안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장의 이곳저곳은 눅눅한 때가 묻어 있었고 벽은 언제 도배를 했는지 글자들이 일부 뭉개져 보였다. 정돈되지 않은것 같은 실내는 깨끗하고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삶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나왔다. 주방에는 할머니 혼자 음식과 서빙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나이 만큼 이 집도 나이가 든것 같았다. 





잠시 두리번 하는 순간,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혼자 왔는지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뒷모습. 고된 일들을 한다고 생각이 들었던건 해장국 옆에 놓인 고봉밥이 눈에 띄어서다. 두끼는 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밥을 게눈 감추듯 뚝딱 먹는 사람들. 일부는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일부는 음식을 기다리느라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어서오슈~"


멀찌기 주방에는 할머니 혼자 분주한 모습이었다. 늘 보던 사람이 아니라 젊은이 혼자 갑자기 들어와서 잠시 놀란 모습이었지만 그마저도 신경쓸 새 없이 바빴다.


"뭐 줄까?"


"라면 하나랑 계란 후라이 주세요!!"





하얗고 듬성듬성 비어 보이는 머리의 할머니는 어림잡아 여든은 넘어 보였다. 아직 정정한 탓인지 이리저리 바쁘게 조리를 시작했다. 할머니의 손놀림이 그리 빠르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어느 하나 불평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낡고 오래된 텔레비젼을 보며 라면을 기다렸다.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음식은 아주 늦게 나오고 있었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오는 분식점과는 다르게 이곳은 아주느릿느릿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듯 했다. 이곳의 시간은 느릿느릿하게 흘러갔지만 아무도 불평불만하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후 라면과 계란이 나왔다.










라면에는 콩나물이 얹혀 있었다. 할머니의 배려가 느껴졌다. 어쩌면 라면만 내어 놓기가 그래서 였는지도 모른다. 얼굴보다 큰 그릇에 담긴 넉넉한 국물의 라면과 흰쌀밥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 놓인 김치는 분명 할머니가 직접 담근듯 아삭아삭 새콤한 맛이었다. 넉넉한 국물로 할머니의 인심이 느껴졌다. 








"여기 만원이에요"


내가 만원짜리를 주자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여섯 장을 내어 주며 말했다.


"자.. 여기 육십만원!!!"


천원짜리 여섯장을 십만원이라고 부르는 할머니의 너스레에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만원 내고 60만원 받아가니 저 돈~ 번거네요~~"


"또 오시구랴~~"


가게를 나오자, 거리에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급하고 바쁘게 살아왔던 걸까'


생각이 들자, 잠시 멈춰 하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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