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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 가게에서 배운 작은 행복

*꽈배기 가게에 갔다와서 느낀점을 써보자.


꽈배기 가게에 가서 행복을 배우고 오다.



망원동, 거리를 지나치다 만나게 된 작은 가게 꽈배기 집. 오밀조밀 밀가루를 반죽하여 튀겨내는 작은 곳입니다. 이곳이 다른 꽈배기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설탕이 아닌 콩고물을 묻히는 정도가 되겠네요. 호떡과 핫도그에 이르기까지 맛이 있어 보이는 다양한 튀김이 눈길을 끕니다. 살짝 꼬아진 꽈배기와 담백한 콩고물의 맛은 아주 일품입니다.


"사장님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런 질문은 여기서 일하면서 처음 받아본 것 같네요"


포스팅을 할 때에는 궁금한게 많이 생깁니다. 그냥 글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글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살아온 그들의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 잠시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장님은 당황스러워 하시면서도 즐거운 눈치이십니다.




"우리 사장님은 성악을 전공 하셨어요"


계산을 해주시던 여자 직원분께서 말씀하십니다. 사장님의 이력이 참으로 독특합니다. 성악과를 나오셨으면서 은행에서 은퇴를 하셨다는 겁니다. 은퇴한 뒤의 이루어진 제 2의 삶. 아마도 꽈배기는 사장님의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갑자기 사장님께서는 노래 한곡을 불러 주십니다.


저 언덕 넘어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까 

계절이 수놓은 시간이란 덤 위에 

너와 난 나약한 사람 

바람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남아있을까

-시간에 기대어


사장님의 노래 한곡조에 가게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보통 솜씨가 아니세요. 잠시 오페라 극장의 어느 한곳에 온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좋은 우유를 만들기 위해 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 준다는 농장 이야기가 떠오르며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사장님의 짧은 노래가 끝나자 계산을 하셨던 여자 직원 분께서 노래를 이어 부릅니다. 여자 직원 분 역시 노래 솜씨 역시 보통이 아니십니다.


"우리는 성악과 친구에요. 이 친구(여자분)도 성악을 하는데 일을 도와주러 온 겁니다. 손님중에 생일이면 즉석에서 노래도 불러 줍니다."





꽈배기를 반죽하고 자르는 일은 많은 노동을 요구할 텐데도 사장님은 힘들어 보이기는 커녕 만드는 내내 신나 보이셨습니다. 사장님은 행복을 실천하고 계신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꽈배기에는 사장님이 아주 몰래 행복의 주문을 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2의 삶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며, 그 감사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방금 나온 꽈배기 하나 맛 보세요"


방금 막 튀겨진 꽈배기의 맛이 일품입니다. 꽈배기를 먹으며 행복이란 어쩌면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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