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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닭강정


<노인과 닭강정>

*아무거나 겪은 경험. 내용은 없지만 쓸데도 없는 글쓰기 연습을 해보자


고소한 닭튀김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닭강정집. 작고 허름해 보이는 곳에는 등이 굽은 노인이 있었다. 분명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얼굴은 주름이 가득했다. 누렇다 못해 검게 붙은 때가 노인이 이 일을 얼마나 해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노인은 머리에 노란색 두건을 두른 채 느릿느릿 손을 움직였다.


"닭강정 하나요"


노인은 주문을 받자 냉장고에서 잘게 손질이 된 닭 조각을 담았다. 그리고는 뜨거운 기름에 조각들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은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다. 자칫 굼떠 보이는 모습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보였다. 


'빨리빨리 해주세요'


사실 나는 빨리빨리를 외치고 싶었다. 배도 고팠거니와 노인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져서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재촉한다고 빨리 될 거였으면 이미 재촉했겠지.'


차라리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리에는 누군가 식사를 한 듯 술병이 놓여 있고, 케이크도 눈에 들어왔다. 술병이 고단한 하루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듯했다.


"누군가 식사를 했나 봐요?"

"그건 아니고, 제 밥상입니다. 아까 전에 식사를 끝냈죠"

"아. 케이크가 보이길래, 한번 여쭤봤어요"

"그건 엊그제가 저의 생일이라 그래요"

"생일 축하드려요"


처음 본 손님의 축하한단 말에 어색해하시면서도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닭강정이 빨리 튀겨질 리는 없다.


튀겨진 닭들을 소스에 묻혀 이리저리 굴린 뒤에 비로소 포장 상자에 닭강정을 담았다.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솜씨였다.


"85일째 되는 날, 노인은 여느 때 보다 일찍 바다로 나갔다. 그는 오늘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낮이 기울 무렵 큰 것이 물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녹새치였다. 참으로 오랫동안 녹새치와 노인의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느리지만 아주 정확하게 튀기고 담아주는 노인의 모습에서 녹새치와 실랑이를 하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다. 노인은 아마도 느리지만 아주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녹새치와의 결전을 준비했을 것이다. 닭강정과 사투하는 듯한 모습의 노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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