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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에 있는 붉은 모자 아저씨의 정체

*얼마  경험한  연습 삼아 써보자


어느 날, 잡지 한 권을 구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글을 쓰는데 디자인을 참고하고 싶어서다. 잡지의 글의 배치 색감 글자체 등은 나의 메마른 글을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잡지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거니까, 참고할 만한 게 있을 거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많고 많은 잡지들이 존재했다. 잡지의 바다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일단 참고할만한 저렴한 잡지 한권만 있어도 되는데...' 그러자 잡지 한 권이 떠올랐다.








'빅이슈'다. 빅이슈는 홈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발행되는 스트리트 페이퍼로, 잡지 판매 대금의 절반 이상이 홈리스 출신의 판매 사원에게 돌아간다. 빅이슈는 자립을 위한 잡지다. 비록, 지하철을 지나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때도 많지만 그들의 자립심을 볼 때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하여 가까운 신도림에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빅이슈 판매원이 자리에는 안 계셨다...









코엑스에 박람회가 있어 들렀다가 가려는데 저 멀리서 붉은색 모자와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서 계셨다. 바로 그분이다. 바로 빅판이라고 불리는 빅이슈 판매원이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저씨는 코엑스 출구 1번에서 책을 들고 서 계셨다. 코엑스는 코로나 탓인지 사람들의 발길은 현저히 줄어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작을수록 책의 구매도 적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아저씨는 조금이라도 팔기 위해 여전히 들고 서 계셨다.








"신도림에 갔더니 안 계시더라고요.. 인터넷에 보니 비록 옛날 글이지만 그분은 평판도 좋으신 분 같더라고요..."


"아 제가 신도림에서 코엑스로 왔습니다. 2019년 4월에 왔으니까 2년 다 돼가네요. 지금은 다른분이 계실거에요"


"아 그러면 제가 본것도 2019년 글들이니까 빅판 판매원님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 신도림에 계신 분도 아마 열심히 하고 계실거에요. 안계신건 이유가 있을것 같기도 하구요"


나의 말에 오히려 신도림 빅판을 걱정해 주시는 눈치였다.


"잡지 많이 팔리세요?"


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코로나로 사람의 발길이 많이 줄은 지금. 당연히 잡지는 안팔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발길도 많이 줄고 예전만큼은 안 팔리지요. 그래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일요일은 쉴 때가 많지만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계속 나오고 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나오고자 하는 아저씨의 의지가 느껴졌다. 거리에서 잡지 파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텐데.. 많은 이들의 무관심과 외로움을 견뎌야 할 것이다. 나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혹시.. 잡지에 편지를 같이 넣어주신다는 그분 맞으세요? 캘리그래피도 배우셨다던 그분"


"아.. 예.. 잠시 배우기도 했었지요. 편지는 못쓰는 글이나마 조금씩 넣어드리고 있어요"


비록 마스크로 얼굴은 가렸지만, 쑥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잡지 두 권만 주세요"


한 권은 내가 한 권은 나와 동행한 형에게 줄 선물로 구입할 참이었다. 비록 두권만 살뿐이었는데도 놀라시며 마스크 너머로 감사에 감사를 표하셨다.


"하루에 몇 권 팔기에도 많이 힘들어요. 사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돌아와서 잡지를 펴보니.. 역시나.. 편지가 한통 들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빅이슈 삼성역 6번 지하통로 출구 빅판입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드문드문 겨울의 찬 기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나목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잡지에 꽂혀있던 아저씨의 편지를 읽으며 마음 한곳에서 알수 없는 뜨거움이 솟아나는듯 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목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코로나의 겨울을 지나 다시 일상의 행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빅판 아저씨의 잡지 판매도 많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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