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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옆 모습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노인의 옆 모습>


마술 공연을 한참 보고 있는데, 옆에 한 노인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빵 모자를 눌러쓴 덩치도 키도 작은 왜소한 모습이었다. 아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곳에 있는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공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즐거워 하는 표정에서 적어도 나는 그에게서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그가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했었다.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세상 가장 완벽한 마법사의 모습을 했던 그는 故이흥선 님이었다. 어린시절 설날이나 추석때만 되면 어김없이 틀어주던 마술 공연중 하나는 이흥선님의 마술이었던것 같다. 내가 봤던 왜소한 노인의 모습은 이제는 공연을 하기엔 너무 많은 나이 이셨다. 


먼 발치에서 공연을 보는 그의 모습은 알수 없었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이 섰던 무대에 대한 그리움. 이제는 무대에 설 수 없을 아쉬움이었을까.


이흥선님을 실제로 만나뵙지는 못했고, 그에 대한 기억도 방송으로만 봐서 그리 많지는 않다. 다만 그의 오래전 영상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마술을 사랑한 순수한 사람이었을지를 추측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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