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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던 남자의 뒷모습


<내 앞에서 주문하던 남자의 뒷모습>



편리하라고 만들어 놓은 인간의 기기가 오히려 불편해질 때가 있다. 매장에 자주 보이는 셀프 주문기기-키오스크다.


버튼을 누르고 메뉴를 훑어 본 후 몇번의 클릭이면 주문을 할 수 있는 좋은 기기다. 하지만 뒤에 사람이 서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메뉴를 선택할 여유는 뒷사람의 기다림 때문에 없어진다. 


점심시간, 패스트푸드 앞에는 키오스크 한 대가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주문을 5분째 헤매고 있는 이는 아이 둘과 함께 온 아버지다. 키오스크가 불편했던지 메뉴를 못 정 했던지 한참을 서성인다. 시간이 지날 수록 기다리는 뒤에는 줄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길어진 줄을 보고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재촉하느라 성화다. 아이들도 아버지도 뒷사람을 의식하느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이쿠 죄송요. 다시 주문할게요"


웃으며  내게  말했지만 그에게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맛있고 다양한 메뉴를 선택해 주고 싶어했지만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신경이 많이 쓰여서 였을까. 그럴 수록 버튼은 이상하게 자꾸 실수하며 누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아주 중요한 시험이 끝난 사람처럼 남자는 땀을 훔치며 옆으로 비켜섰다. 


아이들을 위해 주문을 성공했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점원에게 말 몇마디면 할 수 있는 주문이 이럴  땐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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