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해도 되잖아요. 그러라고 대기 아닌가?
올해 뱅울이로 좀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면서 또 하나 마음속에 간직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서일페 참가하기. 사실 처음에는 오프라인행사를 참여해서 나를 알려보겠노라 다짐하며 도전한 것이었습니다.
진짜 웃기게도 지난 서일페 그러니까 겨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참가에 당당히 '드로잉'으로 도전했다가, (올해 초에는 일러스트로 돈 벌어보겠다고 했었음) 대기번호를 아주 그냥 몇 번이더라,,,
아 맞다! 115번이었습니다. ㅎㅎ
나름 큰맘 먹고 도전한 거였거든요? 이게 또 부스비라던가 뭐 부대비용들이 꽤 많이 들어가서 (대부분 200 정도 쓰셨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진짜 진짜 큰맘 먹고 했는데 115번 받고서 아. 이거는 못하는 거구나. 나 같은 애가 갈 수 있는 행사의 사이즈가 아니구나.. 하면서 굉장히 슬프고 또... 또.....
일단 이런 실패의 요인을 분석해 보니 되지도 않는 '드로잉' 스타일을 주력으로 내민 것이 문제였던 것 같아서, 무조건 다음 카테고리는 '스토리'로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참가 경력이 있는 작가님들께 물어보고 조언도 받으면서 다음 서일페 참가신청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헉!
조언을 주셨던 작가님의 디엠한통에 후다닥 서일페 신청사이트를 들어가서 회원가입하고 작가승인받고 그러고 최종 신청까지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고 잊어버렸어요. 사실 이런 거 계속 기억하고 있으면 발표날 때까지 심장 찢어지니까 그냥 기다렸습니다. 시간은 후루룩 지나고 어제 메일이 한통 왔습니다.
대기..! 대기구나! 와!!! 역시 난!!! 안 되는 건가!!! 하며 들어갔는데,
7번...? 7번?!!! 7번!!!!!!!!!!!!!!!!!!!!!!!!!!!!!!!!!!!!
저는 합격보다 (아닌가) 기뻤습니다. 아니 저 세 자릿수였는데 한 자릿수가 되었다고요. 진짜 참내. 행복해라.
사실 이러고 나서 스레드에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 알고리즘은 서일페메일 캡처화면만 주르륵 나왔고,, 참가확정을 얘기하시는 많은 작가님들 사이에서 저는 쭈구리 7번이 되어있었습니다. 악명 높은 서일페 대기.. 자리가 잘 안 난다고 하더라고 요. 그래서 사실 안될 것 같습니다. 근데 그냥 상상은 좀 해볼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에요.
그 생각을 하면서 계속 스크롤을 내리는데... 또 한 단어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참나. 그 많은 글자들 사이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대기번호'에서 자꾸 맴돌고 있는 저를 보았단말입니다.. 이거 완전 희망고문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문득 내 앞에 7명의 작가님들이 취소를 해주실까..?라는 생각까지 다녀왔습니다. 이거 실시간 대기번호 업데이트 시스템을 25년 1월에 홈페이지에 해주신다고 했거든요? 그때쯤이면 오픈되었다는 메일이 오고 나서 며칠간은 실시간 대기번호를 새로고침하다가 1씩 줄어들면 미친 듯이 두근거릴 제가 상상이 되어서 또 웃기고 그러네요.
한 자릿수 대기번호를 받고 굉장히 신난 상태로 동네방네 떠들고 나서 날짜를 보니 오늘은 11/13. 내일은 11/14. 수능이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의 제 상태가 마치 대학교 입학 대기번호를 받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참내! 인생이 사실 전부 합격과 불합격과 대기의 연속인 것을! 수능 보러 간 아가들이 알고 있을까?! 이걸 미리 알고 있다면..! 수능이 덜 떨릴 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다른 작가님과 얘기하고 있는데, 작가님도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추합 기다리는 고등학생 같다고. 아 사람들 생각 비슷하구나 하면서 있는데, 그 뒷이야기가 더 웃겼어요. 이거 서일페 확정하고 환불 가능한 기간들이 있거든요, 퍼센트에 따라서 다른데,, 일단 100% 환불 가능한 마지막날쯤을 1차 추합날짜라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진짜 너무 찰떡이라서 왕창왕창 웃은 다음에, 1차 추합날짜에 제발 제발 7명만 제발 제발 하고 있을 저를 생각하니 또 너무 웃긴 거예요.. 진짜 더 웃긴 건 이래서 막상 되면 진짜 뭘 해낼지 모르겠는데 일단 또 정신없을 거 아녜요. 악덕 사장인 제가 활개를 칠 것 같은데 그래서 더 힘들겠지만 그래도 서일페 한번! 예!?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짱큰 페어인 서일페 한번 나가보는 거 어떠냐고요~!!
한 네 줄 정도에 정신이 하나도 없으시죠..? 지금 제 맘이 그렇거든요. 지난번 글에서도 그랬지만 요즘 저는 욕심이 하늘을 찔러서 뭐 하나 만 해도 될 것만 같은 그런 상황이라서 서일페 추합되면 나 어떻게 꾸미지? 뭘 만들어서 내다 팔지? 하는 상상과 기대를 한가득했습니다. 그러다 잠깐 정신이 돌아오면, 아니 이거 추합 끝까지 성공 못해서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설레발을 치냐. 하다가도 아니. 기대하라고 대기 아니야?! (대기의 반대는 기대,,ㅎㅎ) 기대는 해보라고 대기를 준거 아니냐고! 하는 마음이 또 화르륵 불타오르더라고요.
암튼 그래서 저는 지금 굉장히 기대하고 있고요. 오프라인에서 안녕하세요 뱅울입니다~! 아줌마의 일상을 그리고 있어요~! 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중입니다. 같이 상상해 보시라고 제가 미리 상상한 몇 가지를 더 나열해 보자면은, 뱅울이 본체 인형을 머리띠로 만들어가지고 앞면에는 웃는 거 뒷면에는 지친 거 해가지고 그거 앞뒤로 바꿔가며 머리띠 쓰고! 또 이번에 후드티 만든 거!! 그거 긴팔이지만?! 아.. 그거는 안 되겠다 여름서일페 진짜 덥잖아요..? 그니까 반팔하나해서 전사지에다가 프린트해서 입고 가야겠어요. 또.. 뱅울이네 만화방으로 할 거니까 만화책 얇게 제작 좀 해야겠어요. 그래서 전시용으로 두고 몇 개만 가져가서 팔아봐야지. 아.. 상상할수록 점점 구체적이 어지니까 구체적으로 설레고 신나요 미취겠다. 지금 외주 수정 온 게 있어서 그거 해야 하는데 일단 오늘까지만 신나 볼게요...
이렇게 설레발로 가득 찬 마음을 글로 남기겠다 마음먹은 건, 설레서도 있지만은 추합 하면 진짜 신나서 달려와가지고 추합 된 이야기 쓰면서 준비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슬퍼지다가 페어 나갔다 와서 그럼에도 행복을 찾았음에 대한 이야기를 남길생각에 또 신나는 것이에요. 추합실패하면? 겨울서일페 또 밀어붙여. 그런 내용의 글을 가져올 거여요. 저는 늘 제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꿈꿔왔는데, 만화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제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을 와르르 늘어놓을 수 있어서 너무 신나요. 그리고 누군가 그걸 제가 봐준다니 그것도 너무 좋고요. 이거 보면 누군가 저의 서일페 추합을 함께 빌어주지 않을까요?! (온 우주가 바라면.. 어쩌고...) 그래서 기록해 봅니다.
오늘의 욕심 요약: 내년 여름 서일페 대기번호 7번 받았지만, 기대를 오백 개 하면서 추합 되기를 바라는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