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심삼일 중 일일

작심삼십일을 위해서

by 배홍정화 Dec 10. 2024

퇴사 얼마 뒤, 영어 클래스를 신청했다.

내가 신청한 영어 클래스는 줌zoom을 이용한 그룹 수업이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고 대화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지인들일지라도 썩 내키진 않지. 영어 수업을 선택하기 전에 나의 조건들이 우선 나열되었고, 그리고 그것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작심삼일까지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는 나를 너무 잘 알거든.

1. 오프라인이 아닐 것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외출 준비 자체를 귀찮아한다. 누구를 만나기 위해 드는 꾸밈 시간과 통행에 걸리는 시간, 교통수단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 학원에 일찍 도착하면 느껴지는 그 뻘쭘함과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같은 클래스가 되었을 때의 불편함이 아주 hate다.

2. AI가 아닐 것, app으로 하는 것은 더욱이 안될 것

이 수업을 듣기 전에 스픽 일주일 체험, 듀오 링고도 해봤고, 이전에는 가벼운 학습지(스페인어)도 했었다. 이 결과 나에겐 무료, 유료는 중요치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지속력은 돈을 지불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특히 이 선택 사항은, 정해진 약속 시간이 없기에 나태한 나를 나태 지옥의 굴림 바퀴 속에 넣는 것과 다름없었다. 나는 나태지옥에서도 그냥 계속 깔리고 말지 움직이진 않을 거니까.

3. 적어도 나에게 도움이 될 정도의 것이어야 할 것

중1 교과서에 나오는 I am a boy, you are a girl 말고. 대학교 때 경험해 본 토익 500점대 말고. 문법이고 자시고를 떠나 말을 하고 싶었다. 외국인 고객들을 서비스하며 나는 히어링(당시에는 리스닝이라고 착각했지)이 된다는 것은 파악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단어도 생각이 안 나고, 목울대만 울렁울렁 떨리기만 했다. 적어도 프리토킹은 하고 싶었다. 지금은 프리토킹이 적어도 가 아니라 아주 꽤 많은 공을 들여야 자연스레 나온다는 걸 알았지만.

영어 클래스를 들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퇴사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데 말이 안 되니 그것조차 엄두가 안 났다. 젊은 날의 나는 무-대-뽀로 갔지만 그때는 스페인어라도 알아듣고 주문이라도 했지, 지금은 그것 조차 안된다. 나의 뇌는 다른 걸 채우기 위해 모두 비워냈었으니까. 내 용량은 겨우 몇 메가바이트 수준이랄까.

anyway, 한창 검색하고 이것저것 좋아요 누르고 체험하다 보니 알고리즘 광고가 엄청 뜨더라. 그때, 지금 수강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수강생 리뷰가 꽤 많이 보였는데 괜스레 끌렸다. 수업을 듣기 전과 후의 스피킹 실력을 보여줬는데, 가짜 같지도 않았고 before 영상 속의 그들이 마치 나 같았다. 그래서 먼저 채팅 상담을 받았다. 내가 원하는 레벨은 Lv.1, 나는 나를 잘 아니까 그 이상의 것은 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봐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퍼킹 쉣의 마음과 미친 듯 떨리는 맥박들을 잡고 컴포즈 커피에서 zoom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해 뭐 하니. 내 소개도 제대로 못하고 마무리 지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뭔가 더 괜찮아 보였달까.

그리고 그 주에 있는 OT zoom 프로그램에도 참석했다. OT 프로그램 참석 후에 수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니까, because 나는 백수 상태니까. 이거 수강 과정부터 좀 깐깐한 영어 클래스네, 돈 받고 하면서.라고 생각했는데 9주차가 지난 지금, 나는 썩 만족한다.

그리고, 오늘부터 자가학습을 추가했다. 이름하여 <How to do improve my English>. 얘도 뭐 문법 틀렸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니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