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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지에서의 영어 일기

남의 눈치를 왜 이렇게 보는 거야?!

by 배홍정화 Dec 31. 2024

2주 동안 여행 일정이 있었다. 약 서른 장 남짓의 페이퍼를 챙기기엔 내 짐이 너무 많을 것 같았다. 

내가 여행을 가서까지 공부를 할까 싶은 합리적인 생각과 함께 페이퍼는 챙기지 않았다. 

영어 수업이 끝난 뒤, 방학 프로그램을 진행할 거라고 했다. 16일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연락을 주면 오전 중으로 주겠지 - 생각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페이퍼를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몰라 병을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나는, '작문노트'와 '삼색펜' 하나를 챙겼다. 공항 도착 후 14:57에나 방학 프로그램 내용이 톡으로 왔다. 안내가 참으로... 아휴, 늦다 늦어... 


안내된 페이지에 들어가 하나하나 살펴보니 처음 프로그램을 접하는 비기너에게는 설명이 장황하고 복잡하다. 큰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좋으련만, 휴대폰 하나로 보려니 영 쉽지가 않다. 그리고 설명이 썩 친절하지도 않고, 분류를 놓은 모습이 내가 보기엔 참으로 엉망이었다. 굳이 b와 c를 나눠놨지? 싶을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는 섹션도 있었다. 영어 공부 개인 생활을 루틴화하는 형식의 것이 있었는데 -아침 운동을 한다거나 하루에 물을 마시겠다거나 하는 등- 이런 사적인 걸 여기 공적인 자리에서 할까 싶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영어 학원.


anyway, 매일 하던 것들 중 페이퍼가 없어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데일리 영상 일기'를 선택했다. 지난 10주간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면서 중간에 이틀 정도 안 했던 날이 있는데, 다음날 이어서 하려니 그 쉬운 단어들과 문장이 입에서 다시 떨어져 나갔기에 조금이라도 매일 하는 게 맞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내 목표는 주 6회. 두 개의 영상을 매일 올려보는 것.

 step1.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 일기를 녹화하고

 step2. 녹화된 영어 일기를 듣고 난 뒤 +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사전과 번역기로 찾아 수정한 후에 외워서 다시 녹화하고. 단, 어려운 단어나 입에 절대 붙지 않을 수준의 문장은 빼버린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내 실력은 아직 초초초급이니까.


첫째 날부터 셋째 날까지는 정말, 길 가다가 녹화 버튼을 눌러 말을 뱉었다. 

① 첫날은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면서, 

② 둘째 날은 룽산사(용산사)에 방문한 직후, 

③ 셋째 날은 동네 공원 시설 내의 족욕을 끝나고. 

... ④ 넷째 날부터는 조금씩 준비하고 했다. 지금 리뷰를 쓰다 보며 생각하니 역시 작심삼일이구나 헛웃음이 나네. 그래도 영상 일기 녹화는 열흘 동안 놓치지 않고 진행했고, 후반부 사흘은 아예 진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한 날 다시 영상일기 재시작. 


브런치 글 이미지 1

밤늦게까지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는 타입이라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저녁 일찍 숙소에 돌아와 step2를 시간 들여 할 수 있었고, 영어를 어느 정도 쓰는 나라였기에 쑥스럽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영어가 들리는데 내 잘못된 영어를 뱉는 것도 숨이 막혔고, 수정된 이야기를 한다 한들 왜 저런 이야기를 문어체로 할까 하고 쳐다볼까 어렵기도 했다. 몸이 다른 곳에 있는다고 성격이 어디 가지는 않는구나. 



/

그래도, 조금은 뿌듯하긴 허다.

모르는 단어를 매일 쓰면서 알게 된 

숙소 accommodation, 온천과 사우나는 다르다 sauna vs. hot spring, 조금 전에 a litte while ago.

얘네들은 툭 치면 조금 생각하고 나올 정도로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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