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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10% 달성의 평가서

나는 나에 대한 이런 과대평가가 두려워

by 배홍정화 Dec 11. 2024

'정화씨는 하던대로 하면 되니까 혼자 가서 인터뷰 따올 수 있죠?'
'파라는 언제나 열심히잖아요, 게을리 하지 않잖아요. 겸손이 과해요.'
'정화님은 이 클래스 내에서 제 1순위예요!'



나는 나를 게으르고 느린 사람으로 평가한다. 


매일같이 아침 7:30 눈을 뜨지만 백수 생활의 요즘의 나는 10:00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어기적어기적 일어난다. 내일 아침엔 운동을 가야지, 내일은 목욕탕에 가서 세신을 해야지, 내일은 아침에 ET/ST 영어훈련을 하고 오후엔 쉐도잉을 저녁엔 문장뽑기를 해야지 생각하고 잠들지만, 겨우 번 해냈다이것들은 해야만, 해내야만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태스크가 아니기에. 

    꼭 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굳이, 하지만 그게 업무로 주어진다면 무조건. 

    업무로 주어진 건 해야지, 그게 지속 가능한 삶이야, 암. 응당. 


덕분에 요즘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어간다. 


나는 게으르다, 그리고 집중시간이 짧다. 

지구력도 짧은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고용을 당했고, 응당 그 일을 해야했기에 마감시간까지는 모든 업무를 다 마쳤다. 그렇게 차츰 업무가 늘어났고 포지션도 확대되었다. 그럼 또, 그에 맞게 나의 24시간을 잘 분배해서 데드라인 D-1 까지 넘겼다. 데드라인에 딱 맞추기는 또 싫거든. 나의 업무가 아니어도 급한 일이라면 소매 걷고 나섰다. 나의 직접적인 업무는 아닐지언정 당시의 현재는 간접적으로,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업무니까.


나는 느리다, 그리고 학습력이 떨어진다. 

방법을 잘 모르는 탓인지 굉장히 닥치는대로 '많이' 하는 타입이다. 무식하게 하기만 한달까? 남들이면 한두스텝이면 끝날 것을 열스텝까지 가져간다. 그리고 학습의 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업무에 있어서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문서화되기 전에 눈으로 읽고, 읽다가 중간에 막히면 그 부분을 수정해서 다시 처음부터 읽고. 아니, 그 부분부터 다시 읽으면 될 일을... 그리고 이제 마음에 들었다 치면 소리내어 읽어본다. 물길처럼 말이 흐르지 않으면 다시 수정에 수정을 반복.

    / 아, 브런치는 눈으로만 읽는다. 업무가 아니라서 그런가봉가.


anyway, 이런 모습이 남들의 평가에 있어서는 대단하게 보이는 것이다 = 언제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단지, 뇌가 부족하여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 뿐인데 이렇게 평가를 받으니 항상 과분하다 느낀다. 그리고 굉징히 부담됨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역량들이 높아질수록, 난이도가 깊어질수록, 내 복용약의 종류도 그렇게 늘어갔다.



뜬금없이 영어이야기에 서두가 왜 이렇게 기냐고 묻는다면, 난 서두를 길게 쓰는 게 좋거든.



영어 클래스 수강생 평가서를 받았다. 

데일리 일기 113%, 데일리 영상 116%, 위클리 작문 111%, 위클리 영상 100%해서 토탈 110%로 마무리. 당신이 이만큼 해내었다는 것을 평가서로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건 클래스 들어갈 때 주어진 과제이고 약속이니 당연히 해야했던 것이 아닐까? 이걸로 우쭈쭈를 받는 것이 맞을까 싶은 그냥 개인적인 생각.

담당선생님의 피드백 중 일부,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한없이 찝찝허다. 마치 peed on my pants 처럼.담당선생님의 피드백 중 일부,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한없이 찝찝허다. 마치 peed on my pants 처럼.

    1. 나는 성실했는가 N  

    2. 나는 열정을 가지고 임했는가 N

    3. 묵묵하게 하였는가 N

    4. 부끄러움이 없었는가 N


누군가에게는 이것 또한 능력이라 하지만, 나는 자신을 속이는 같아 되려 싫다. 그리고 자기들 멋대로 나를 높이 평가하고선 뒤이어 따라오는 실망도 두렵다. 그 실망이 두려워 항상 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주길 바랐다. 솔직하게 말해도, 겸손도 과하면 손해고 보기싫다며 오히려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면 또 그에 상응하고자 나를 갉아내고, 그러다보면 뇌 용량이 부족해 과부하가 걸리고, 약의 강도도 쎄지고. 


어제는 스스로 하기로 한 데일리 영어 공부 루틴에서 오로지 문장뽑기만, 오늘은 아직 하나도 안했다. 지금 시간이 밤 10시니까 아무것도 안하고 잘 것 같다. 



/

근데, 이 글이 영어섹션 브런치북에 올리는 게 맞을까?

뭐 어때. 내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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