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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백수된 지 59일째

어찌하였든 낙/樂/.

by 배홍정화 Dec 10. 2024

회사 생활을 접은지 60일째. 아니 59일째.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었고 오랜 시간 열정, 애정, 점차 증오까지 담아 일해왔기에 '쉼'을 느끼지 못할 줄 알았다. 다들 말했지, 네 성격에 열흘이면 오래 버틸 거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새벽이건 낮이건 시간은 물론 장소 또한 상관없었고, 그 날이 공식적 휴무이건 연차를 쓴 날이건 anyway 내가 있는 곳이 어디였든 상관없이 알람이 울리면 바로바로 확인하고 답장하던 것이 하나의 낙(樂)이었다.


하나의 업무가 끝나지도 않은 채, 둘, 셋, 네 개가 주어져도 80% 만족하지 않으면 놓지 않았다. 커피를 하는 7년 10개월 중 6년 가까운 시간은 그렇게 살아왔다. 아, 1년 10개월은 초반이다. 약 2년을 맞이할 한두달 전부터 파고 들었으니. 당시 호되게 혼이나 시기를 기억하기엔 아주 좋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 생각 속에 '커피'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예전 직장에서) 선배 카드로 커피 심부름을 할 때, 저는 아이스티랑 쉐이크 먹을래요! 말하고, 감독님들 믹스 커피는 기가 막히게 타서, 커피도 안 마시는 애가 잘 탄다고 칭찬(?)도 받고. 그 정도였다. 졸리면 맥심아이스커피에 핫식스를 타먹는 정도...?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건강에 해로운 미친 짓이었지만.


요즘엔 누구의 백수 생활이 그러하듯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책가방을 메던 12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라의 온갖 혜택을 거절하면서까지 공부를 하지 않았다. 졸업할 땐 토익도 필요 없던 때였다. 필요성을 못 느꼈고 한국에 살 건데 뭣하러의 마음이 더 컸달까. 서른이 넘어가고부터는 지금 영어 잘해도 잘 하는 사람 쌔고 쌨다는 마인드로 더 접근하지 않았다.


커피 회사에 다닐 때 연차가 쌓이고 공부를 하다보니 영어 단어 하나가 아쉽더라. 정보를 서치해서 배포하던 업무 또한 했기에 정말 너무 필요했다. 하지만 뭐다? 구글 번역이다! 서칭은 기가 막히게 해서, 하나의 주제를 한 번만 찾아보지 않고, 며칠이고 찾아보고 정리하고 하면서 번역 + 나의 감으로 기가막히게 해석 정리해서 배포했다. 아주 어 리를 스페인어도 할 줄 알았기에 이 스페인어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서칭 자료의 폭이 넓었으니까 인터넷 내에서 더블 체크는 확실했다.


그런데 왜 이제와 영어 공부를 하냐고? 뭐든 추후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던지간에 영어는 쓸모없진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구인란에 적힌 모집 요강의 영어 우대는 사실 영어 필수를 뜻하고, 내 사업을 한다 해도 요즘 어딜가나 영어가 판을 치니까. 히어링은 되는데, 단어를 모르니 리스닝까지는 어렵고. 목울대에서 말은 맴도는데 안 나오니 훈련이 필요하고.


그리고 백수의 헛헛함을 채우기에, 

나 완전 노는 거 아니예요 라는 말을 하기에

사실 이만한 것도 없다.


낙, 별건가. 귀가 좀 더 트였고 틀려도 작문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이게 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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