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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송비 Apr 12. 2020

다시 만난 자본주의의 세계

이게 다 재재 님 때문이다.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5부작까지 보게 된 것은.




코로나19 발병 이후로 거의 집에서 지내면서, 출퇴근시간도 아끼고, 밖에 나가고 들어오면서 준비하고 해체하는 시간도 아끼고, 더불어 체력도 아끼고, 아낀 것들로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밥먹자마자 누워 버릇해서 위염에 걸렸다. 운동을 안 해서 체력도 좋지 않고, 위염 때문에 커피도 못마셔서 각성도 못한다.먹고 치우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간신히 일만 하고, 다른 것들은 잘 하지 못하고 있다. 늘 이래 왔지만, 왠지 코로나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것은 재테크 예능이다. <돈워리스쿨>의 경우 정규 편성 이전에도 몇 개 봤는데, 정규 편성 이후로는 안 보다가 재재 님이 나온다고 하여, 한 번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고정으로 나오셔서, 계속 보고 있다. 그런데 연이어서 JTBC에서 하는 <정산회담>에도 게스트로 나오시는 게 아닌가. 그렇게 정산회담에도 입문했다. 재재 님 출연 회차 이후로 계속 챙겨보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전문가 + 예능인 조합인데, 지루하고 뻔한 얘기일 것 같은 내용을 재미있게 잘 포장하고 있다. 개인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출연자 분들의 유튜브를 찾아가 봤는데, 확실히 정규방송만큼 재미가 없었다. 돈을 좇으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어서, 예능 없이 전문적인 말만 들으려니 약간 역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예능이 그런 느낌을 잘 지우면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쏙 심어주었다(?). 많은 사람이 투입되는 방송이 질적으로 나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는 정산회담에 고정으로 출연하시는 유수진 님이 나오는 걸 몇 개 봤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돈을 벌기가 더 쉬운 사회이고, 그렇다면 진짜 비법(!)은 여성 전문가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유수진 님께서 봐야 할 것들을 여러 가지 추천해주셨는데 그 중에 꽂힌 건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5부작이었다. 가장 먼저 언급하시기도 했다.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다큐답게 광고가 자주 나왔다. 심지어 광고가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하는 와중(2부)에도 광고가 나왔다. 광고가 나의 돈을 털어가고 있다면, 차라리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는 게 돈을 더 아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것마저 광고의 영향이겠지.) 다큐 사이에는 영화 <빅쇼트>를 봤다. 


https://youtu.be/0LYMTsj_eqc

자본주의 제1부 돈은 빚이다.


다큐 후기는 이러하다.

1. 과거의 나는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자유주의 철폐를 하겠다고 돌아다녔구나.

- 하지만 감성 탑재는 충만했다. 그 시절엔 공부하기가 너무 싫었는 걸요.

2. 도대체 EBS에 어떤 사람이 들어갔길래 이런 다큐가 나온 것일까.

- 왠지 두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조금 먼 두 다리겠지만. 5부 마지막 크레딧에 김광석의 <일어나>가 나올 때는 정말 빵 터졌다. 아니, 도대체 누구세요? ㅋㅋㅋ 복지 자본주의를 설파하고 싶었던 당신.

3. 재테크 예능으로 타올랐던 투자 열기가 살짝 식어버렸다. 중간에 <빅쇼트>까지 봤으니.

- 돈으로 돈을 벌고 나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현재의 누군가가 아니라면 미래의 누군가일 것이다. 윤리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4.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 저는 세상에서 점이구요. 제가 가진 자산도 점이구요. 늘린다고 해봐야 전체로 봤을 때는 0이 0이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 하나 쯤이야 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재테크 시장에 뛰어들면 되지 않을까요.

5. 결국 금융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도박과 같은데.

- 13억 달러를 집어넣고 전전긍긍하면서도 확신을 잃지 않는 사람들처럼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빅쇼트>는 전부터 보려고 했으나 미뤄두고만 있었는데,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서 대충 알고는 있었으나 별로 와닿지가 않아서 볼 마음이 없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군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광우병 사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갔다 와서도 몰랐다. 오랫동안 몰랐다. 빅쇼트가 나온 뒤에 개봉한 영화 <라스트 홈>을 봤는데, 이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영화인 줄 모르고 봤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영화를 연결지은 건 영화를 보고 한참 나중이다. 

<빅쇼트>는 미국 경제 ‘폭망’에 배팅한 투자전문가들이 비장한 투사처럼 나온다. 미국 경제가 폭망하고 돈을 쓸어담은 그들을 보여준 뒤에, 영화는 나쁜 건 그들보다 더 위에 있는 누군가들이라고 화살을 돌린다. 미국 나빠요. <라스트 홈>은 같은 사건을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여준다. 실제로 돈을 빌려 집을 샀다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국가부도의 날>은 조금 더 앞선 시대의 한국의 모습이다. 결국 다 정책을 결정하는 몇몇 사람들의 손에서 경제가 좌지우지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얘기들이다. 역시 재테크고 뭐고 혁명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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