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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송비 May 19. 2019

디카페인

마포역 주변은 일요일에 열지 않는 곳이 많다. 종로 같은 느낌이다.


<굿바이 마이 러브 NK: 붉은 청춘>을 보았다. 모스크바에 있는 영화학교로 유학을 갔다가 러시아로 망명한 북한 사람들 8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오늘까지 관객 수는 2,085명이다. 졸립진 않았는데 가끔씩 딴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정치 선전을 위해 영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었구나 싶다. 목적이야 어쨌든 예술하는 사람이 찍어야 하는 것이고. 예술 뭘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왔다. 따뜻한 날이고 폭우는 아니어서 외출하기 나쁘지 않았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습한 느낌이 나는 건 별로였지만, 밖에서 걸어다니긴 좋았다.


앤디는 곰팡이 진단을 받아서 약을 먹기 시작했다. 2주 동안 먹어야 한다. 어서 완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앤디는 내가 옷 입고 나가려고 하면 도망을 간다. 앤디는 병원도 병원이지만 좁은 데 갇혀 있는 걸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 어떤 느낌인진 알 것 같다. 나를 박스에 담아서 어디로 가는 지도 알려주지 않고(혹은 외국어로 얘기하거거나) 끌고 나간다고 하면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픈 건 나아야지.


나는 많이 괜찮아졌다. 지난 번에 글을 쓰면서 정말 내가 몸이 안 좋다는 걸 느꼈다. 쓰려던 말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걸 알면서 그냥 등록을 눌렀다. 아프면 이렇구나, 나중에 보면서 생각하겠지. 당분간은 약도 계속 먹고 조심해서 먹겠지만, 음식을 많이 가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에스프레소 같은 건 웬만하면 먹지 않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에스프레소 맛집이 있기 때문에 안 먹겠다고는 못하겠다. 디카페인 커피 캡슐을 주문했다. 다시 카페인으로 돌아가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게 된 것처럼.


하지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이렇게 비실비실 대면서 5월을 보내다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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