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회식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이전에 언제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많이 마시진 않았다. 몸뚱아리가 아까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아파하는 데 쓰는 시간도 조금 아깝고) 적당히 음주를 했더니 기분이 꽤 괜찮았다. 이에 탄력을 받아 오늘은 무려 커피도 마셨다. 역시나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커피도 이제 가끔 마시는 특별한 것이 될 것 같다.
호크니 전을 보기 위해 아침엔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오후에는 휴가를 냈다. 일이 바쁘긴 하지만 더 미뤘다간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일도 적당히 마치고, 회의도 빡시게 하고 점심에 회사를 나오니 날씨도 적당히 덥고 기분이 꽤 좋았다. 어제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긴 했지만. 지금도 피곤하긴 하다. 아마 밤에 고양이가 울어도 깨지 않고 자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가 조용하기 보다 내가 잠을 잘자길 바라게 되다니. 볼비는 잘 지낸다. 지난주에 밥을 안 먹고 눈물을 흘려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약을 몇 번 먹더니 밥도 잘 먹고 쑥쑥 자라고 있다. 올라오지 못하고 쳐다만 보던 의자에도 올라오고.
그래서 호크니 전은, 음, 잘 보긴 했지만, 역시나 미술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잘 그린다' '뭔진 모르지만 작가의 특색이 있긴 있다' 정도까지만 감상할 수 있다. 배경지식이 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한번도 안 들어본 밴드의 공연은 아무리 잘해도 재미가 덜한 것처럼.
하지가 지났다.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이제 엄청 덥다가 다시 추워질 일만 남았다는 게 슬프다. 그러다 올해가 또 끝나겠지. 상반기가 끝나가는 것일 뿐인데, 벌써부터 하반기가 예상되다니.
하반기를 맞아 헬스를 등록했다. 과연 몇 번이나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달부터는 헬스+요가맨이 되는 것이다. 운동을 너무 안해서 말랑말랑한 팔뚝을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하겠다. 뭔가 신체를 단련하면 위염도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도 하다. 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에서 헬스(헬스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라에서 운영하는 센터들은 다 헬스라고 표시한다)를 등록하고 헬스장을 돌아보는데 평일 대낮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어림잡아 25~30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이 시간이 운동하기 가장 좋은 시간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싶었다.
평일에 쓰는 휴가는 좋은 것 같다. 대낮에 싸돌아다니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뭔가 적을 여력도 있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