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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송비 Jul 14. 2019

수퍼 디스코

여름이 왔다. 조금 늦게 온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더워야 여름이다. 에어컨이 잘 나오나 켜봤다. 선풍기를 꺼내서 날개를 씻어 말리고 다시 조립했다. 낮에 샤워를 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은 세탁기를 무려 5번이나 돌렸다. 이불도 빨고 바지도 빨고 옷도 나눠서 빨고 하다 보니. 세탁기 화이팅.


어제는 <수퍼 디스코>를 봤다. 오랜만에 상상마당에서 영화나 볼까 했는데, 마침 음악 영화제를 하고 있었다. 시간 맞는 것중에 보려고 목록을 보다가 <수퍼 디스코>가 있어서 8,90년대 영화인가 했는데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다큐멘터리였다. 2014년 글랜스톤베리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집 <Super Disco>를 발매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붕가붕가레코드는 다 떠나고 술탄이랑... 음... 김간지하헌진 정도까지 아는 것 같다. 아, 황소윤 님이 있구나. 곰사장 님 최애가 바뀌진 않으셨는지 ㅎㅎ


제목은 술탄을 떠오르게 하지만 영화 내용은 곰사장과 나잠수와 빅웨이브즈였다. 곰사장과 나잠수가 언쟁을 하는 장면에선 옛날 학생회 선배들의 대화가 생각났다. 정말이지 그들의 대화와 너무도 똑같은 패턴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잘못을 지적하고 다시 받아치는 과정의 목소리 톤과 논리와 말투가 너무도 닮아있어서 좀 웃겼다. 그걸 지켜보고 있는 어린이들은 참 무서웠는데 말이지. 그러면서 더 친해지기도 하고, 안 할 것처럼 하면서도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도 너무나 닮아있었다. 비주류의 것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대화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류의 어떤)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막상 또 하라고 하면 별로 하기 싫은데, 비주류의 그것을 계속해 나가자니 너무도 제약도 많고 몸도 힘들고, 그럼에도 어쨌든 그것을 계속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대화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제는 주류의 삶을 살고 있는 선배들은 더 이상 그런 식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때 그렇게 날카롭게 말했던 것들을 간혹 사과를 하면 했지, 더 이상 묻고 따지지 않는다.


밴드로, 음악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년에 팟캐스트에서 듣기로는 jj핫산 님은 회사를 그만두었고 술탄 올인 중이라고 하셨는데 쭉 잘 지내시는지. 술탄은 얼마 전에 ep를 냈는데 어째 나의 타임라인에선 볼 수가 없었는지. 술탄을 정말 좋아한다는 옆 파트장 님은 ep가 나온 줄은 아실까 싶기도 하고. 일본의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고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멤버 분들을 보면서, 이게 원하는 것이었을까 싶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았고,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힘들어도 괜찮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지만, 적어도 영화에 나온 그 부분들은 아니었을 것 같다. 1집을 내고 나잠수 님이 300만원을 받았다(어느 범위까지 해서 이 액수인지는 모르겠다)는 대사에서, 예정보다 2년이 더 걸려 나온 2집 앨범에서, 끊임없이 닦달하고 독려하는 곰사장님의 모습에서, 음악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묻게 되었다.


지난주엔  <슈퍼밴드>가 종영했다. 남성 참가자만 받았다고 하여 안 보려고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내가 픽한 팀이 우승을 하긴 했지만(홍진호 우승!), 자작곡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편곡을 잘하는 것과 창작을 잘 해내는 것이 다르다는 건 이전의 많은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엄청난 앨범을 내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길 바라기도 하고. 나잠수 님과 멤버 분들이 '크리에이티브'의 문제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면과 예정된 발매 일정이 계속 미뤄지는 것을 보면서 나의 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디 좋은 음반 내시고, 다들 하고 싶은 일 재밌게 하면서 먹고 사셨으면 좋겠다. 홍진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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