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미드소마>를 볼 예정이었다. 일요일 오전에 영화를 예매하고 오후에 영화관에 갔는데,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입장을 시켜주지 않았다. 티켓에는 내일 날짜가 적혀있었다. 상영하는 가장 빠른 날짜로 안내를 해주어서 생긴 일이었다. 내가 확인을 꼼꼼하게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미드소마>는 너무나 트위터트위터한 영화라 꼭 봐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오는 주말에는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집에서 밤비와 넷플릭스에서 <토이스토리3>을 봤다. 넷플릭스에선 7월 25일까지만 한다고 한다. 내일이다. 안 보신 분들은 얼른 보시길.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했다가 여태까지 보지 않았다. 토이스토리 3편이 명작이라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었지만, 집에서는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 가둬놓고 봐야 잘 보는 사람이라,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상영 기간에 영화관에 가야 한다. 한번 놓치고 나면 기약이 없다. 놓치고 나면 뭘 놓쳤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설령 떠오른다 하더라도 역시나 집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혹시나 재상영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볼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드디어 해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주 '씨네21'의 <토이스토리4> 평론에 나온 <토이스토리3>의 내용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앞부분에 나오는 앤디의 어린 시절 얘기를 글로 풀어서 적었을 뿐인데도 읽으면서 너무나 찡했다. 그 글에 나온 부분이 너무 좋아서 나는 그게 영화의 마지막 반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럼 뒤에서 얼마나 더 대단한 것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이죠?
영화의 마지막은 시작 부분과 같은 방식으로 짠하게 다가왔다. 장난감들은 온갖 고생을 다 하고 돌아왔는데, 그리고 그건 나(앤디에 감정이입 중) 때문인데, 우디도 매우 중요한 선택을 했는데, 나는 이런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내가 매우 좋아했던 것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더 좋아해줄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 (로맨스였다면 뺨을 맞아야.) 모두 옛일이다. 내가 가졌던 상상력은 이제 없고, 시간도 없고, 결정적으로 이제는 재미가 없다. 장난감이 갖는 의미는 추억팔이가 아니다. 그러니 보내주자. 집에 안 버리고 쌓아놓은 것들이 많은데 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많이 버리기도 했는데.
볼비는 6월 15일에 우리집에 처음 와서 그 다음주에 병원에 갔을 때 630g 정도 되었는데 주말에 병원에서 무게를 재보니 1.3kg가 되어 있었다. 쭈구리였는데 미묘가 되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볼비도 언젠가는 느긋한 고양이가 되겠지. 웬만한 장난감엔 심드렁한 앤디(우리집 고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