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송비 Jul 28. 2019

지구 최후의 밤

영화평론가 이용철 씨가 별4개를 주었다. 탕웨이 님이 나온다. 그래서 봤다. 누적 관객 201명이라고 한다. 


예매를 하려고 했더니 어째서인지 다음 포털에서 예매하기 버튼이 표시되지 않았다. CGV앱에 들어가니 전국을 통틀어서 명동역점에서만 딱 1회 상영을 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딱 1자리가 남아 있었다. 당일 취소가 불가능한 표였다. 운이 좀 더 좋았어서 내 오른쪽 자리 분이 오지 않아 조금 편하게 봤다.


영화는 4시에 시작이었다. 10시, 11시 즈음 잠이 들었다가 2시에 일어났다. 꿈을 꾸었다. 학교 같은 장소였고 나는 누군가를 피해서 계속 도망치면서 숨었다. 처음엔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숨고 피하는 게 중요해져서 무서웠다. 그러다 퍼뜩 깼다. 낮잠을 길게 자면 꼭 꿈을 꾸는 것 같다. 기분 나쁜 꿈이 대부분이다.


낮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영화를 보다 분명 졸았을 것이다. 영화는 꿈 얘기인지 꿈 같은 얘기인지 내용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감독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지 상영관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좋아해서 온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그럼에도 신기했던 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는 '아, 뭔가 이어지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상황을 다시 이어보려면 처음부터 차곡차곡 챙겨가며 정리해야 하는 것 같고 별로 그러고 싶진 않은데 그럼에도 마지막에 영화를 보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고 정성일 평론가의 씨네라이브러리톡이 있었다. 어쩐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나가더라니. 끝까지 볼 생각은 없었어서 맨 뒤에 서서 잠깐 보다가 나왔다. '비간' 감독은 젊은 사람이고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고, 앞으로 이 감독의 이름과 작품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도 까지 듣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안녕, 용문객잔>도 보다가 정신줄 잡고 있기가 힘들었는데, 중국 영화 대체 무엇인지. 꿈 같은 얘기를 잘도 찍어서 칭찬을 받는 것인지. <안녕, 용문객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중국영화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스케일도 그렇다. 대륙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만 있는, 어디가서 영화를 봤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런 영화를 봤다는 게 재밌어서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영화가 재밌진 않았다.


크라잉 넛의 <한낮의 꿈>이 생각났다. 앞소절만 계속 반복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토이스토리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