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에 보고, 오늘 또 보았다. 영화가 엄청 매우 많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흥행이 많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매우 속상하다. 그래서 한 번 더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집>은 사실 지지난주에 보았고, 글을 지난주에 쓴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 글에는 벌새의 기분이 많이 들어있다.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라 시작 전에 광고를 보면서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주보다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영화 길이를 90분으로 잘못 알고 들어가서 후반부에 계속 '왜 끝날 때가 됐는데 안 끝나지?'란 생각을 하면서 봤었다. 다음 장면을 알아도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는 조금 멀리 놀러나온 느낌을 줘서 좋은 것 같다. 역에서 매우 가깝기도 하다. 2번 출구 나오면 바로 있다. 영화관을 나와 합정에서 밥을 먹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다시 나와서 한강에 나가 책을 읽었다. 조금 습하긴 했지만 날이 흐려서 밖에서 책보기가 아주 좋았다. 망원한강공원에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계단의 맨 꼭대기 즈음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계단에 앉으면 한강이 잘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한강을 보고 있었다. 서울 살고 싶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울 중에서도 한강이 가까운 곳에 살고 싶었던 게 생각났다. 하지만 가까이 살아봐야 오늘처럼 여유롭게 강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며칠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안다. 그리고 이정도면 집에서 슬슬 나올 만한 거리이기도 하다.
카페에 잠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오랜만에 손으로 일기를 썼다. 일기장이 매우 조그만 노트인데, 살펴보니 작년부터 쓰고 있던 노트였다. 맨날 똑같은 말만 써서 잘 안 쓰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 같이 나름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때는 다른 곳에 글을 잘 안 쓰게 되는 것 같다. 매일 쓰면 좋겠지만 안 되는 것 잘 아니까 그냥 좀 더 자주 쓸 수 있도록 해야겠다. <북촌방향>에서 하루에 세 줄이라도 꼭 쓰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왜 생각나는 거지.
<벌새>의 성수대교 장면에서는 또 리다를 생각했다. 죽음과 부재의 감정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전에는 등장인물이 아무리 펑펑 울어도 잘 울지 못했는데, 지금은 격하게 울지 않아도 어떤 느낌인지 잘 안다. 이제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안타까움에 대해.
나의 중학교 2학년은 기억이 많지 않은데, 중2때 담임 선생님이 나중에 고1때도 담임을 맡게 되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남중남고였는데 쾌활한 젊은 남자 선생님이어서 당시에는 매우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선생님은 아닌 것 같다. 그냥 편견 가득한 아저씨였다. 중학교 2학년은 인생에서 유일하게 학교 일진들과 같은 반에서 생활했던 때였다. 교실에서의 기억은 그 아이들이 설쳐대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PC방이 보급되면서 친구들과 PC방에 다니기 시작했고,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기술 시험에서 49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걸로 엄마가 한참을 놀렸다. 한번은 아빠에게 기술책 좀 보고 가르쳐주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참 쿨한 척을 많이 했다. 잘하면 쿨한데, 잘하지 못하면 별로 쿨하지 않았다. 그런데 2학년 때는 누구랑 친했는지 정말 잘 기억이 안 난다. 도대체 PC방은 누구랑 다녔을까. 스타크래프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못한다. 청소년 시절의 황금기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시간이 늦어서 여기까지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