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가 다시 찾아왔다
여기에 다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매거진은 매우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작년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난 일년 동안 기타는 C-A-D-G만 한 두어 번 치고 말았다. 이 매거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더 이상 음악 같은 건 들여다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쓰다가 멈춘 글이 작가의 서랍에 들어있다. 그 글의 마지막은 이렇다.
"무언가를 만들고 방치하고 잊기를 반복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계속 반복할 것이다."
정말로 반복되었다. 이번엔 전자음악이다. 추석 연휴에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트위터를 보다가 유명한 전자음악가 K님이 개인레슨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리셨고, 30초 생각하고, 밤비의 의견을 묻고, 바로 신청하였다. K님은 나의 7번째 음악 선생님(정규교육과정 제외)이다.
왜 전자음악이냐? 사실 잘 모른다. 혼자 어떻게 뚱땅뚱땅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예전에도 해볼까 잠깐 망설였던 적이 있었고, 요즈음 인생에 약간 여유가 생겼고, 아직 마음 속 어딘가에 약간의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거창한 이유는 없다. 노래를 하나 만들어보겠다거나, 유명인이 되고 싶다거나, 반드시 앨범을 내겠다거나, 이런 마음은 정말 하나도 없다. 그냥 하는 것이다.
2016년이 시작되던 겨울에 ㅇㅈ 님의 노래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음악으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년 안에 '쇼부'(승부)를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굳이 따지자면 3년은 끝났다. 2019년 봄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 이듬해에 들었던 ㅇㄹ님의 노래 만들기 수업에서 밤비를 만났고, 결혼을 한 게 그 3년 사이의 일이다. (뭔가 좀 해보려다가 연애하는 거 너무 나 같다. 나야 나.) 결혼식을 하던 해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음악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얼마 전에 1주년을 맞았고, 1주년을 맞아 전자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오버액션 토끼 박수 짝짝짝)
수업 첫 시간에는 에이블톤 라이브의 대략적인 사용법과 '전자음악이란 무엇인가?', '전자음악의 역사' 같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기본적인 비트의 구성을 알려주셨는데 본격적인 건 다음 시간부터 할 것 같다. 배운 것을 어설프게 따라해서 만든 비트는 아래와 같다.
오늘 낮에 <메기>를 보러 집을 나섰는데, 상상마당에 가서 메기 보러왔다고 하니까 오늘 GV가 있어서 매진이라는 말을 들었다. 원래의 계획은 영화보고 카페에 가서 숙제 및 예습을 하는 것이었는데, 영화부터 망해버렸다. 숙제한다고 노트북을 가져오는 바람에 가방이 너무 무겁고, 가려던 카페는 상상마당에서 너무 멀어서 (영화를 보고 쉬었으면 갈 수 있었는데 바로 가기는 너무 힘들었음) 다 포기하고 집에 오기로 했다. 집으로 오다가 책방이나 가야지 싶어서 땡스북스에 갔는데, 메인 진열대(내 마음 속에 있는 가장 핵심적인 진열대)에 있는 책 중에 <히트곡 제조법>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게 대충 몇 달 전부터 있었던 것 같고, 그전에는 코웃음치며 그냥 지나쳤는데 갑자기 레슨을 시작하고 나니 이게 아직도 진열대 위에 있는 건 운명인가 싶어서 냉큼 사서 집으로 왔다. 시작부터 너무 허무맹랑한 책이다. 어쨌든 이게 다 운명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