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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소지 May 15. 2024

임신 12주차 초음파 검진 및 NIPT 채혈

초음파 보고 우는 감성산모 대열에 나도 당당히 합류!

아무렇지 않게 회사 다니고 헬스장 다니고 친구들 만나며 지내는 동안 초기에 심했던 입덧이 입덧약을 며칠 먹고 나니 가라앉기도 하고, 가슴 통증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뱃속에는 당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고 그냥 똥배만 찌는 느낌이라, 설마 계류유산이 되었는데 내가 못알아채고 있는 것인가?하는 걱정을 12주차 초음파+NIPT 채혈하러 가는 날 검진까지 했드렀다. 만약 초음파를 보는데 아기가 없으면? 심장이 멈춰있으면? 온갖 걱정과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면서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발동동 구르다가 결국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검진의자에 앉아서 질초음파를 보았는데, 그 날은 이제 침대에 누워 배초음파를 보게 되었다. 그만큼 아기가 많이 커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의사선생님이 배에 차가운 젤을 문지르더니 초음파기를 배에 대기 시작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화면에 시꺼멓고 하얀 무언가들이 왔다리갔다리 하는데 웬 호두같은 동그라미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아기의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의 아기가 잘 있네요, 잘 크고 있어요."


이 한 마디에 소리를 꺅 질렀다. 이전 5주, 7주차에 보았던 점박이 동그라미 형상이었던 아기라는 것이 이제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달린 사람 형태가 되었다. 아기가 몸을 방방 띄우며 뱃속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며 의사선생님이 "움직임도 좋네요, 심지어 아주 활발해요"라고 말하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렇게 방방 뛰는데 왜 뱃속에서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 무슨 일 생긴줄 알고 걱정했잖아! 걱정하던 동안의 긴장이 풀리고 아기가 잘 있다는 안심과 감격에 눈물이 줄줄 흘러나기 시작했다. 초음파를 보며 울었다는 감성 산모 대열에 나도 합류하게될 줄이야? 내가 끅끅 울자 게르만 의사선생님이 티슈를 뽑아서 건내주며 "믿기지가 않죠?"하며 팔을 다독여주었다. 너무 끅끅 울어서 호흡으로 배가 꿀렁꿀렁하니 초음파를 보기가 어려워져서 겨우 울음을 진정하고 다시 초음파에 집중하며 뇌 발달도 잘 되어있고, 장기들도 이제 몸 안으로 들어갔고, 팔 다리 두 쪽씩 멀쩡히 달려있고 등등등... 발달 상황에 대해 체크를 하였는데 목투명대 두께에 대해 말씀이 없으시길래 목투명대는 괜찮은거냐 물으니, NIPT 채혈로 다운증후군 검사가 확실히 나오니 굳이 길이는 재지 않았다, 하지만 초음파상으로 보았을 때는 두께에 문제 없어 보인다고 하였다.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여서 그런지 NIPT 검사는 무료였고 (독일 의료 만만세?) 유전자분석으로 성별을 확실히 알고 싶으면 추가금 19유로를 내라고 하길래 흔쾌히 수락을 하고,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한 후 채혈을 하였다. NIPT 유전자 검사 결과는 1주일 후, 성별 검사는 2주일 후에 나온다고 하였다. 왜 성별 감정이 더 늦게 나오냐고 물으니, 의사가 내가 어느나라 사람인지 묻더니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자,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남아선호 현상으로 인한 여아낙태가 심했기 때문에 유전적 문제가 없는 이상 법적으로 낙태가 불가능한 14주 이후까지 성별 선별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불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에 아시아의 옛 남아선호현상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쳐 내 아이의 성별을 알게되는 것에 지장을 주다니... 하루가 급하게 궁금한데 말이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산모수첩에 빼곡히 적힌 진료 내역들과 호치키스로 찝힌 초음파 사진을 보며 이것이 실화냐 구라냐, 더 이상은 구라가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또 벅차올랐다. 이제 초기유산의 위험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NIPT 검사 결과만 잘 나오면 이제 부모님에게도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분명 기절초풍 하시겠지만 결혼도 안 한다 아이도 안 낳는다 다 귀찮다 하던 둘째 딸이 그 중에 뭐라도 하니까 결국은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긍정회로를 돌리는 중.


때마침 미국으로 가는 비자 신청 건으로 미국의 법률사무소에서 이메일도 오기 시작하며 새로운 곳에서 시작될 새로운 인생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아기아빠가 미국 시민인 와중에 내가 (주는 다르지만) 미국으로 가게된 것이 아 이 모든 것이 나름 너무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국은 친자확인, 양육비 지급이 법적으로 매우 강제화가 되어있어 양육비, 친권 설정 등 법정문제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고 시행될 것 같다).


인생에서 이렇게 무언가가 기대되기는 처음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적은 매우 많았지만, 다가올 일에 대한 기대가 이렇게 나를 기쁘고 설레게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가올 변화가 왠지 좋을 것만 같은 희망이 차오른다. 이 아기는 왠지 복덩이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직은 배에 대고 말을 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어색해서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기에게 너는 나의 우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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