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성과를 깎아내려야만 숨을 쉬는 비참한 심리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희한할 정도로 왜곡된 이중장부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장부의 회계 원칙은 단순하다.
‘나에게는 무한히 관대하고, 남에게는 지독하게 박할 것.’
이들의 행동 패턴은 투명하고 뻔하다. 본인이 해낸 자잘한 업무나 작은 성과는 마치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쟁취한 전리품인 양 포장한다.
“내가 어젯밤을 새웠다”, “이거 하느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며, 자신의 10점짜리 결과물에 90점어치의 엄살과 자기 연민을 덕지덕지 발라 주변에 떠벌린다. 타인의 인정과 위로를 강탈하듯 뜯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이 묵묵히 100점짜리 성과를 냈을 때, 이들의 태도는 180도 돌변한다. 축하와 인정 대신, 그 성과가 ‘별것 아닌 일’임을 증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그건 마침 운대가 맞아서 그래.”
“이번에 예산이 넉넉했잖아.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다 했을걸?”
놀라운 것은 이들이 남을 깎아내리기 위해 들이는 수고로움이다. 본인 일에는 그렇게 게으르던 사람들이 남의 성과를 폄하할 때는 어디서 구했는지 기가 막힌 데이터와 정황 증거까지 끌고 온다. 어떻게든 상대방의 성과를 환경의 탓, 운의 탓, 혹은 시스템의 덕으로 돌려 그 가치를 땅바닥으로 끌어내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심리적으로 파고들어 가 보면, 이들의 이런 행동은 악의라기보다는 생존 본능에 가깝다. 이들의 내면은 제로섬 게임의 룰로 지배받고 있다.
자아의 체급이 빈약해서, 남의 성과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가치가 깎여 나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10점짜리 인간인데 상대방이 100점을 받아버리면, 자신의 초라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건강하고 단단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남의 100점을 인정하고 내 점수를 올릴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자아가 파산 상태인 이들은 자기 점수를 올릴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 그래서 선택하는 쉽고 빠른 방법이 바로 ‘남의 점수를 10점으로 후려치는 것’이다.
그들이 남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열변을 토하는 그 필사적인 모습은, 사실 ‘나는 저 사람만큼 해낼 능력이 없다’고 세상에 외치는 열등감의 고백이다. 타인의 성과를 깎아내린다고 해서 내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거나 내 실력이 올라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빈약한 자존심에 잠시 진통제를 놓는 단기 처방이다.
누군가 타인의 성과를 어떻게든 운 탓으로 돌리려 애쓴다면, 상처받거나 논쟁할 필요 없다. 그저 여유롭게 넘기면 된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그들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다는 증명서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드러낸 그들의 이중장부에 굳이 감정이라는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나치고 다음 결과물을 향해 걸어가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