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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의꿈 Dec 01. 2023

직장인은 어디서 이별의 아픔을 위로 받나요?

날 위로해 줄 친구들이 다 결혼해버렸을 때

5년 연애의 끝은 몹시 허무했다. "너무 지쳤다"는 한 마디의 말로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종결되었다.

내 나이 딱 서른 즈음이었고, 일한 지 5년 차가 되어가던 해였다.

 




대학생 때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치면서 "야 나와! 술먹자!" 이러면서 동기들 및 친구에게 한탄하고 노래방가서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을 부르곤 했다. 하지만 이제 모두 직장인이 된 친구들은 회사다니느라 바쁘서 내 구질한 이별 이야기를 길게 들어줄 여유가 없다. 혹은 오래된 연인이 있거나 이미 결혼을 해서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내 오랜 친구들 중에서는 인생에서 이별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환승 연애>로 이별을 대리 경험하는 친구도 많다..)


직장인은 도대체 어디서 이별의 아픔을 위로 받아야하는가!



슬퍼서 출근 못하겠는데, 겨우 출근했다. 하지만 기분이 전혀 좋아지지를 않는다


회사의 시간은 나의 감정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내 개인적인 슬픔 따위를 공적인 공간에서 표현하는 것은 전혀 프로답지 못하다. 

전 날 펑펑펑 울고불고 난리를 쳤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완벽한 커리어우먼으로 출근해서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실제로 내 옆자리 절친 대리님은 한 달 내내 감정 상태가 안좋아보였다. 그녀는 주 1회 정도씩 눈이 퉁퉁부어서 출근했는데, 한 달 동안 나에게 전혀 이별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으셨다. 아주 오래 지난 후에야 이별 소식을 말해주셨는데, 당시에는 너무 슬퍼서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고. 그녀가 나에게 말한 건 "저 헤어졌고, 잘 이겨내고 있어요", 이 문장 뿐이었다.


그러나 두 달 정도가 지난 후 사적 회식 자리에서 그녀가 펑펑 우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가 너무나도 잘 참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ㅠㅠ 


아무튼 내 이별은 처음도 아니라서 친구들에게 말해도 "에휴.. 또 헤어졌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이번엔 진짜라고 말했는데도 T로 변해버린 친구들에게 슬픔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었다. 


아니 아마도 나는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거나 위로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오로지 나뿐이었다.

내 상황을 이해해줄만큼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니까.



그래서 결심했다.

그래 나에게 돈을 투자하자. 내가 위로받을 수 있도록 나에게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주자.




그래서 나는 생활비 외적으로 나의 '이별 치유 비용'으로 1년 간 총 500만 원 정도를 썼고,

결론적으로 두 번의 환승 연애와, 헬스와 러닝을 취미 생활로 얻었다.


직장인의 이별에서 오는 아픔을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오로지 나의 귀여운 월급과 새로운 사랑만이 나를 위로해주었고, 이제 그 1년 간의 극복 과정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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