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모의꿈 Jan 01. 2024

새해 첫날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

시간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다

어릴 적에는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릴 적에는 엄마를 따라 간 교회에서 0시에 성스러운 종을 쳐주었고, TV에서도 보신각에서 다 같이 종을 울리면서 새해를 알렸고, 카운트다운 파티에서도 1월 1일을 성대하게 기념해 줬으니까 말이다.


2024년에도 새해를 알리는 불꽃 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나는 이제 시간의 분절을 믿지 않는다. 시간은 영원하다. 12월 31일의 내가 2024년 1월 1일을 맞았다고 해서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드렁큰 타이거 노래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JK, 시간에 대해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뭐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지. 어제의 시간은 아무리 아름다웠지만 지나갔기에 죽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찾을 수가 없다. 또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눈으로 볼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내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지금 오늘의 이 시간 자체가 어느 순간에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다 이렇게.
어제, 내일, 오늘을 얘기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는데 이런 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시간은 영원해. 오늘 열심히 노래하고 랩하는 이 시간도 영원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야. 무슨 얘긴지 알겠어?"  -드렁큰타이거, <내 인생의 반의 반> 중에서-


이 구절은 드렁큰 타이거의 아버지가 아들과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내레이션이다. 해석하자면 사람들은 어제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서 아쉽고, 오늘은 흘러가서 안되고, 내일은 다가오지 않았으니까 모른다. 이런 식으로 불평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모든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임의로 어제, 오늘, 내일을 분절하고 있지만 시간 탓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면 그것이 언제이든지 실천하기만 한다면 언제 하든지 그 시간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매일 열심히 노래하고 랩을 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지점에 도달해 있을 것이고, 실제로 드렁큰 타이거의 랩은 녹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대한 철학을 소개한 대표적인 철학자 하이데거



"현존재가 그것과 이렇게 또는 저렇게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또 언제나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 자체를 우리는 실존이라고 이름한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중에서-



웃기지만  학부 때 배웠던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이론이 드렁큰 타이거의 랩을 들을 때쯤에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현존재'는 지금의 시간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 나인데, 이 존재는 상황이나 장면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2023년 마지막 날 술을 마시고 있는 나, 게을렀던 나, 누군가의 딸이자 회사 구성원으로 책임을 졌던 나, 모두 말이다. 그러나 이 모습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과 모두 연결해서 크게 보다면 결국 하나의 '존재'였으며, 이 존재는 모든 시간성과 관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결단'을 내리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고 책임을 지는 순간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고는 상관없이 자유를 얻는 존재, 즉 '실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하고자 하고, 중요한 가치를 둔 일이 있다면 그 시간이 언제든지 당장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운동이었다.

 



항상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체력이 좋지 않아서 그 일을 포기하곤 했었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성취하지 못한 일에 압박감을 느끼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나는 운동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새로운 삶'을 산다는 김종국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단련하는 방법을 익히는 순간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좋은 몸을 가진 사람은 그 일관성과 꾸준함으로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4년 1월 1일, 새해 첫날 눈을 뜨자마자 내가 한 일은 내가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헬스장에 출석한 것이다.




물론 나는 헬짱도 아니고 아직 내 몸에는 근육이 많이 부족하다. 무게를 많이 치는 편도 아니다. 매일 운동을 하셔서 몹시 단단하신 분들에 비한다면 나는 운동을 제대로 한다고 말하기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년의 내가 그전에 비해 소홀하게 운동을 했다고 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시간은 연결되어 있고, 나는 오늘, 그리고 이번 해에 꾸준히 운동하면 된다. 그 사실을 스타벅스 다이어리 버킷 리스트에 작성할 필요도 없다.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하면 내 '현존재'가 오늘 아침 출석을 했기 때문에 나는 미래의 시간에 영향을 미친것이고, 그 자체로 나는 실존하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의 이 뿌듯한 순간을 기억하며 올 한 해 열심히 운동하는 나의 실존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 Keep going!!!


작가의 이전글 “하기 싫다”는 말에 숨겨진 진짜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