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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r 17. 2020

03화 부모라는 짐을 잠시 내려놔라

불안한 감정  속에 사는 부모들



귀신보다 무서운 것


지친 엄마 할로윈 코스튬  , A worn-out mom / 구글 이미지


2016년 미 인디애나(Indiana) 주 먼시(Muncie) 에 사는 한 7살 소녀의 할로윈 코스튬이 선풍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유령, 고블린은 그저 애교일 뿐이다.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엄마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이 아이의 이름은 Lainie Griffine이고 5 남매 중 둘째이다.


Lainie의 형제들


Lainie의 디테일 살아있는 코스튬은 Facebook을 통해 전해졌고 많은 엄마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다크서클과 헝클어진 머리, 다리에 매달려 칭얼대는 아이는 Lainie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특히 어깨에 토한 것이 압권이다. 나도 우리 준이, 은이가 어깨에 훈장 많이 달아 줬었는데.



부모를 지치게 하는 것들


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2가지 상황에 놓이게 .


1. 육체와 정신의 소모적 환경


출산 전후 부모가 겪게 되는 생활의 변화는 아주 급격하다. 특히 엄마는 출산의 고통, 호르몬의 변화, 양육의 두려움이 종합 선물 세트처럼 찾아온다. 거대한 파도 앞에 속옷 바람으로 서 있는 듯한 참담함은 여자가 아니면 절대 알 수가 없다. (아내가 넌 알 수 없다고 했다)

아.....  젠장  / 구글 이미지

득남 득녀 축하 메시지에 답문이나 달며 뜨끈한 조리원 바닥에 등지지던 무개념 남편들도 조리원이 폭풍의 눈이었음을 깨닫는데 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밤새 포대기를 들고 기계처럼 춤을 추다 출근한 A 대리는 책상에 코를 박은 채 춤사위를 이어간다.

육아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당히 소모적인 과업임에 분명하다.


2. 사랑과 죄책감의 굴레


육아가 소모적인 과업임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들이 있다. 체력과 정신이 바닥난 엄마들도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 바로 사랑과 죄책감이다. 우리는 중요한 일일 수록 더 실수하고 후회하는 경험을 종종 한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일수록 더 떨리고 실수하는 것이 그렇다. 부모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만큼 우리는 실수도 많이 하고 그만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부모는 끊임없이 소모적인 환경에 노출되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자책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멀쩡한 것이 더 비정상인 환경이다.


'맘비'라고 있다. 고카페인과 와인에 의존하며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엄마들을 이렇게 부른다. 왜 이렇게 까지 하면서 육아에 전념하는 것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항상 잘해주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 아니겠는가?

 


많은 부모들이 정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영국의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

정신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 중 여성의 68%, 남성의 57%는 부모이다.

임신 중 또는 출산 이후 가장 많은 정신 질환은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심각한 우울증 (3%), 경증 우울증 (10~15%), 감정 조절 장애 (15~30%)가 보고 되었다

남성도 처음 아빠가 되었을 때 38%가 정신적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고 한다.

정신적 문제로 인한 직간접 사회적 비용은 신생아 1명당 £10,000 (2020.3월 기준 한화 약 1500만원)라고 한다.


해외 사례를 직접 국내 사정에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출산과 육아와 관련하여 부모의 심리가 위협당하고 있음은 명백하지 않나 싶다.


부모 심리 불안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UCLA 심리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8세에서 16세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엄마의 자녀 중 45%가 유사한 우울 증세를 보였고 우울증이 없는 엄마의 자녀 중에는 11% 만이 우울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모의 정신적 불안정, 우울증, 조증 등 정신적 문제가 자녀에게 대물림 됨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여러 심리학 논문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부모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자녀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획일화된 관념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문제는 정신 질환에 기인한 부모의 부정적 양육 태도이며 발현시기, 심각도, 지속기간 등 복합적인 영향인자가 작용한다고 한다. ***


어찌 되었건 부모의 정서적 불안이 자녀의 행복한 삶에 부정적임은 자명한 듯하다.



나의 심리는 괜찮은가?


조금 수치스럽기는 하지만 나도 우울증을 앓았고 지금도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사는 나의 이야기를 몇 마디 들어본 후 무심한 듯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중간쯤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알약 몇알을 조제해 주었다. 약이 나에게 잘 맞지않고 너무 심한 무기력증을 일으켜 약을 더 이상 먹지는 않았다. 지금은 혼자 이겨내 보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우울증을 얻게 된 것은 육아의 고단함 때문은 단언컨대 아니다. 그저 그 시기에 발현되었을 뿐이지 어려서부터 나의 멘탈은 그리 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양극성 장애, 정신 분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와 같은 무시무시한 용어와 통계적 수치를 보면 나와는 먼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그런 통계 수치에 집계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불안한 심리에 밤잠 설칠 때가 종종 있다.  


오늘도 통계치 너머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탓하는 부모에게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 꼭 정신 질환의 범주 안에 들지 않더라도 다음의 증상들이 보인다면 잠시 멈춰 서기를 권한다. 부모라는 짐을 잠시 내려놓고 크게 심호흡 한번 하자.


욱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짜증내고 곧 후회한다.

실체 없는 불안함에 잠 못 이룬 적이 종종 있다.

하루 중 상당히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보며 지낸다.

평소 같으면 별 일 아닐 수 도 있는 배우자의 행동에도 화가 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자녀가 다소 미숙한 행동을 보이면 미운 마음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막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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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https://www.mentalhealth.org.uk/statistics/mental-health-statistics-family-and-parenting[accessed 08Mar2020]

** Longitudinal study of diagnoses in children of women with unipolar and bipolar affective disorder(1990) - Hammen C, Burge D, Burney E, Adrian C

*** Network practical tools for changing environment. Making the invisible Visible: Parents with Psychiatric Disabillities. National Technical Assistance Center for State Mental Health Planning. Special Issue Parents with Psychiatric Disabilites. Spring,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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