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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Feb 07. 2016

대한민국 아버지, 이제 울어도 좋습니다.

남양주건강가정지원센터 아버지교육 강의

오늘은 남양주건강가정지원센터와 함께 “찾아가는 아버지 교육”으로 지역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시간은 저녁 7시 30분,퇴근 후 식사도 하지 못하고 교육을 들으러 오실 아빠들의 모습을 그리며 강의를 준비를 하다가 마음을 나누고자 몇자 글을 적네요 (저도 둘째 아이 어린이집에서 하는 아버지 교육을 들으러 가봤지만 퇴근 후 강의 듣는 것이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사실 저는 아이 때문에... 담임 선생님께 인사드리러, 아버지 강의를 하는 강사이니 강의 스킬을 좀 더 배우고자 참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던 중, 아버지와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로 검색하던 중 모 기업에서 제작한 광고 영상 두 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두 광고를 보며 나만의 느낌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먼저 “대한민국 아버지를 응원합니다 – 괜찮다편”이었습니다. 

(작성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기업 광고의 메시지와는 전혀 무관함을 밝혀둡니다.. ^^)  


야근쯤이야 괜찮다

결리는 것쯤이야 괜찮다

라면으로 때우는 것쯤이야 괜찮다

속 아픈 것쯤이야 괜찮다

잠 못자는 것쯤이야 괜찮다

주말에 일하는 것쯤이야 괜찮다

자존심 굽히는 것쯤이야 괜찮다

외로운 것쯤이야 괜찮다

평생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것쯤이야 괜찮다

아빠니까 괜찮다

힘들어도 피곤해도 아빠니까 괜찮다는 사람

아버지 당신을 응원합니다.   


이런 카피문구를 아이들과 가족 사진들을 배경으로 흘러가는 광고였죠.   

또 하나의 광고는 아빠들을 대상으로한 몰카 형식으로 광고가 제작되었습니다. 직장 아빠들에게 어느날 갑자가 문자 한통이 배달됩니다. 특진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시험에 임하라는 것이었죠.   


1단계의 테스트는 회시의 일반적인 것으로 직무능력과 업무능력 평가 등에 관한 것이였고, 2단계로는 자녀들에 대한 문항들로 구성되죠. 예를 들면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쓰시오. 아이의 장래희망은 무엇인가요? 아이의 키와 몸무게는? 아이가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을 쓰시오?”와 같은 것이었죠. 


결과는 회사 적성문제는 80점, 가정관심사문제는 35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 아이들의 영상편지가 아빠들에게 방송되었죠.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 모니터에서 흘러나오자, 아빠들은 일제히 머리를 쥐어 뜯으며, 낚였다(?)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피날레로 아이들이 시험실로 입실하고, 아빠와 함께 부둥켜 안으며 기업에서 판매하고자하는 제품이 나옵니다.  

그리고 나오는 카피문구.... 


“오늘만큼은 이차장이 아닌 이지은 아빠로!

가끔은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아빠가 되어주세요“

“아빠가 가르쳐준 세상”    


이 두 광고를 보고 또 보고 여러번 돌려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빠들은 정말 “아빠니까 괜찮을까???” “오늘은 배서연, 배재훈의 아빠로 살아가고 싶지만, 부장님이 야근하시는데... 칼퇴하기 위해 눈동자 굴리는 이 심정을 알까???”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해주면서 세상을 가르쳐주고 싶지만, 날로 커가며 늘어나는 먹성을 감당해내랴, 남들 다하는데 우리 아이만 하지 않아 소외되거나 왕따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울겨 겨자먹기로 시켜야 하는 교육비, 날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비례하여 증가하는 아빠들의 걱정과 한숨 소리가 들려 가슴이 울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빠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아빠들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은 아빠들은 괜찮지 않습니다. 괜찮은 척(?)하고 있는데... 그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오히려 감추고 숨기고 있는 것이 좋은 아빠인양 포장하고 있는 시대 문화에 화도 나더군요.   


저는 오늘 강의하며 아빠들의 마음을 공감해주려고 합니다.   

"아빠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피곤하면 주말에 잠 잘 수 있죠. TV를 보며 시대를 풍자하는 쓴소리 하셔도 괜찮습니다.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세요.”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아빠도 아내의 사랑이, 자녀의 관심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세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아빠들이 이젠 자신있게 울는 날까지... 제가 곁에서 함께 울어드리겠습니다. 

이젠 마음 껏 우세요.   


- 2014. 10. 7 배서연 배재훈의 아빠 배우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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