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위험 - 정서적 외도
작년 한 상담센터에서 놀이치료를 진행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단정한 옷을 입고 예의바른 행동으로 상담실을 방문 한 30대 중반의 한 엄마는 6살의 첫째 아들의 공격적이고 산만하며, 위축되어져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작은 목소리로 말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의 얼굴을 이로 깨물어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치루어야했고,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밀고 때리고 꼬집는 아이의 행동 때문에 아침이 되어 보육기관으로 아이를 보내는 엄마는 항상 불안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발달사와 양육패턴을 살펴보던 중, 아이가 4, 5살 정도 되었을 때 여동생의 목욕을 시키고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장난을 쳤다고 했습니다. 차가운 물이 엄마와 어린 동생에게 튀기자 엄마는 아기가 가지고 있던 샤워기를 강제로 빼앗아 아이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고 표현하더군요.
나를 낳아준 부모로부터 경험되어진 거절감과 신체적 학대, 눈에 보이진 않아 그 심각성에 대해 민감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언어폭력으로 아이의 분노감과 공격성이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여러 회기 놀이치료가 진행되고 난 후, 부모상담시간에 어머니께서 상담자인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 사실은... 남편 말고 만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부끄럽지만 넘어서야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어요.”
외도에 대해서 공개를 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충격이었지만, 사실 더 저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외도 이후 엄마가 남편과 아이에게 대하는 행동양식의 변화로 인해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이 많이 편해지고 안정되어져 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엄마는 이야기를 했어요. “애인과 함께 데이트를 하고 나서는 제가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사랑을 받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니까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럽게 대하다 보니 아이가 좋아지는 것이 저도 느껴지더라구요. 요즘 원에서도 과잉행동이나 폭력적인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외도가 상대 배우자에게 주는 상처와 아픔, 결혼생활의 뿌리인 신뢰관계가 깨어짐으로 모든 것이 흔들려 불안정한 가정생활이 발생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외도의 순기능(?)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죠.
상담자의 개인적인 윤리적 잣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외도의 결과로 인해 아이가 좋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었기에, 또한 언제든 애인과의 관계가 깨어졌을 때 또 다시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에 엄마에게 위와 같이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아이의 치료와 더불어 엄마의 상담을 제안드렸고, 기꺼이 승낙하여 상담을 진행하였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육체적인 외도는 아니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숨 쉬고 살을 맞대며 살고 있지만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 즉 정서적 외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부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서적 외도가 애인을 만들고 넘어서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육체적 외도로 발전하게 되는 것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은 어떤가요?
나의 가정은 어떤가?
부부관계가 자녀양육의 출발점임을 또 다시 느끼게 되는 하루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아내가 TV 속의 조인성과 현빈, 김수현, 소집섭의 빠순이가 되어있다면...
오늘 아내와 살랑거리는 촛불을 켜고 와인한잔 하셔야 할 타이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