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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Feb 07. 2016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상처 입은 영혼들

패션왕을 통해본 왕따, 은따, 학교, 직장폭력의 피해자들의 마음

패션왕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는 동생에게 보상의 의미로 영화관람을 선물해주기로 했기에 그 친구가 원하는 것을 보기로 했죠.   


녀석과 함께 웃으며 본 영화 패션왕은 사실 웹툰으로 이미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었다는 것을 영화가 끝난 후 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원작 웹툰과는 주인공의 묘사나 사건의 구성이 조금은 다르다는 녀석의 평과 함께 소감을 나누는데 녀석은 “없는 있는 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간지다”라는 것이 남는다며 카톡의 프로필 문구도 위와 같이 바꾸더군요. 


사실 기대와 아무런 생각 없이 본 영화였지만, 지속적인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빵셔틀을 해오던 주인공 우기명(주원)이 서울로 이사온 후 어떠한 치유의 과정을 거쳐 패션왕까지 오르게 되었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짧은 글을 쓰며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왕따, 은따, 폭력의 피해자들이 갖는 숨겨진 트라우마   

학교, 직장에서 행해지는 갖가지의 폭력과 왕따, 은따의 피해자들에게서 우리들은 사건을 통한 상처와 아픔에만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소속감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서 거절감과 소외감, 외로움, 수치심, 분노의 감정에 빠져서 사실 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숨겨진 2차 피해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상담 장면에서 만난 이들은 사건에 대한 상처도 있지만, 사건 이후 또 다시 따돌림과, 모욕감,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항상 주변을 향한 안테나를 세우고 진짜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 없는 삶’이란 2차 피해 속에서 주도적이지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를 종종보게 되었죠. 사건보다 더 무서운 내가 없는 삶. 이것이 숨겨진 트라우마입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웃음 속에 담긴 슬픔)  

우기명은 서울로 전학을 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면 패션을 통해, 간지나는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합니다. 영화의 결론으로 어쨌든 기명이은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자인 저로서는 상처와 아픔을 가리기 위해, 포장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으로 자신의 모습을 포장하려고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참 먹먹했었습니다. 

이유는 사실 많이 아픈데, 힘든데, 속상한데, 화가 나는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평수의 집에서 살고, 남들이 입지 못하는 옷을 요일별로 갈아입고, 외제차에 메스컴에서 나올 법한 미인과 데이트를 하며, 맛집 투어를 하는 삶(보여지는 외적인 부분)으로 포장되어 가려져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상처가 오픈되어야 합니다. 숨기고 가리면 염증으로 인해 고름이 생기고 결국에는 썩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드러내고 (직면하고) 공감과 위로의 소독약을 뿌리면 상처의 흉터는 남지만 그 아픔이 지속적으로 배가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괜찮은 척(?)하지 말고, 우리 모두 누워서 하늘을 향해 배를 까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 2014. 11. 26, 뜨거운 멸치국수 국물이 생각나는 날 - 

(패션왕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에서 캡쳐한 사진임을 밝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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