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부와의 관계의 어려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자조모임으로 이루어진 소셜 커뮤니티의 한 글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짧은 댓글로 엄마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아, 늦은 저녁 컴퓨터를 켜고 새로운 글로 답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는 아이를 혼자서 키우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아이의 아빠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 지르며 윽박지르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남편의 양육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글 안에 담고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놀이치료사 인턴시기에 만났던 한 아이가 떠올랐고 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나 긴 답변을 적어갔습니다. (아래에 전문을 올립니다.)
사실, 저는 8살, 6살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발달에 대한 공통점을 가지고 자조모임 형식으로 모인 이 밴드에는 적합하지 않은, 비장애인을 키우고 있는 아빠죠.
놀이치료사로 발달 지연이나 진단명을 가지고 치료실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면서 조금이나마 함께 마음을 나누고 힘이 되고자 밴드에 가입을 했고, 고맙게도 밴드 리더님께서 가입을 허락해주었습니다.
oo이 어머니께 예전 2012년 치료실에서 만났던 한 아이를 소개하며, 장애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충동조절을 못하고 과잉행동에 산만함을 가지고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가족관계를 살펴보니 내담아이는 막내였고, 위로 큰 누나 한명, 형이 한명 있었죠.
그런데 내담자의 형이 발달의 어려움으로 장애등급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를 상담을 통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당시 인턴 상담자였던 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거운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사실 우리 막내 아이를 낳기 전에 4명의 아이를 태중에서 잃었어요. 2명은 자연유산이었고, 2명은 인공유산, 낙태였죠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제가 들으라는 듯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병신새끼라니..." 라며 한숨을 지어 하소연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시댁식구들과 남편에게 정상적인 아들을 낳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 임신을 했는데... 남편은 "그러다 또 다시 병신이 나오면 어떻게 감당하라고?"라며 내일 당장 병원에 가서 지우라고 했어요
그러다 남편을 겨우 설득해서 낳은 아이가 지금 막내인데... 이 아이까지 문제가 생겨, 이 곳에 찾게 되었네요"
그리고 엄마 상담 이후에 다음 시간에는 아이의 아빠와 함께 상담실에 오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인턴 놀이치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만나야하겠다는 확신이 있어 간곡히 간청드렸죠.)
다음 주, 엄마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하고, 아빠를 부모상담실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과정과 막내를 낳게 되는 어려움 들을 지내오신 그 마음의 수고를 읽어드리고 공감해 드린 후 이렇게 질문을 드렸습니다.
"OO이 아버지에게 첫째 아들의 발달장애 진단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 때의 심정과 둘째 아이를 낳을 때의 마음은 어떠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OO이 아빠는 한참동안 말을 못하시다가 조심스레 입을 여셨습니다.
"처음에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 때문에 그런건 아닌지, 내가 전생이 무슨 잘못을 해서 아이가 이런 벌을 받는지,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이를 볼 수록 나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심해져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인정하는 것이 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니 제 탓이 아닌 아내 탓으로 돌린 것 같아요.
선생님... 아이를 바라 보는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이를 볼 때면... 제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정하기 싫어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무시하고 함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내에게 더 화도 자주내고, 아이가 문제가 생기고 좋아지지 않는 것은 다 아내 잘못이라는 식으로, 내 영역은 아니니 아내가 감당하라고 떠넘기고 저는 도망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가정에서 제가 해야 할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거죠.
지금 치료를 받는 막내에게도 미안하죠.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또 다시 장애아이가 태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그 아이의 임신과 탄생을 축복하기는커녕 걱정하고, 멀리하려고 했던게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지금도 아직까지 그 생각이 저에게서 떠나질 않아요."
저는 단회기의 아빠 상담을 통해서 장애 아이를 키우는 아빠에게서도 역시, 아이의 장애가 자신의 죄악 때문이라는 처벌적인 의미로의 죄책감과 더불어, 사회의 시선에 대한 수치심이 마음 속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밴드에서 특별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원만하지 않는 부부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라면...
먼저 쉽지는 않겠지만 아이를 만나기 조차 힘들어 하는 내 남편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대양(큰 바다)는 어느 곳에서 흘러오는 물일 지라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 드리듯이 우리 엄마들이 우리 아빠들의 마음의 상처와 아픔과 그 수고를 담아주신다면, 이것을 바탕으로 남편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게 될테고, 서로 상대 배우자의 마음은 어떨지... 무엇이 부부 사이에 장애물이 되는지... 이를 함께 이기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부부가 함께 찾아보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이나마 엄마들의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서없이 글을 적었네요.
언제나 멀리서나마 엄마들을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
우리 곁에는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잖아요.
혹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댓글이나 쪽지로 보내셔도 도울 수 있는 만큼 성심껏 답변해 드릴께요~
엄마들이 맘편이 노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굿 나잇
하루 하루 하늘이 가정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자 결심하고 노력하고 다짐도해보지만, 언제나 제자리 걸음과 같은 상황 속에 또 다시 좌절하고 낙심하는 장애를 키우는 우리 부모님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길 바바라며...
2016. 1. 26 엄마들이 마음 편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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