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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Feb 07. 2016

“아빠께서 산에 오르사 가르쳐 가라사대"

아빠의 산상수훈 

“아빠가 들려주는 육아이야기,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긴긴 겨울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특히 아빠랑 아이들이랑 할 수 있는 놀이 좀 소개해주세요” 


네이버 밴드에서 글을 읽은 분이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글을 읽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저에게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낸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저는 성심을 다해 상담을 해드렸습니다.

  

“두 아이의 연령은 어떻게 되죠?”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이라 이 아이들의 성별은 어떻게 되나요?”

“둘 다 남자아이군요. 그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유형은 뭔가요?”

“신체놀이를 좋아하는데... 추운 겨울이라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그렇다면 돌아오는 주말 아빠와 아이들과 겨울산 등반은 어떨까요?”

그렇게 저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등산을 추천해드렸답니다 ^^;;;     



산을 통해 배운 인생 철학에 대하여...


저는 등산 매니아가 아닙니다. 단지 산을 오르며 인생에 대해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산과 숲은 우리네 인간들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저는 등산보다는 그 배움을 좋아합니다.      

* “산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더라” - 변함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모든 사람을 가슴에 품는 산이 되고 싶다. 

     

* “타인을 발걸음을 쫓아 초반 오버 페이스로 산을 오르다 보면, 결국 지쳐 쓰러지더라. 현재는 타인보다 조금 느릴지라도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산을 오르다 보면 난 언젠가 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 - 나의 속도에 맞춘 걸음, 멈추지 않는 ‘꾸준함’이 큰 힘이다.      


* “앞만 보고 정상을 향해 달리다 보면, 지금 걷고 있는 숲길의 향기와 아름다운 새소리와 꽃들의 춤사위를 놓칠 수 있다.” - 주위를 둘러보고 지금, 여기에서 주어진 만족함을 누려라.      


* “산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고통과 즐거움, 아픔과 기쁨이 공존한다” - 지금 눈물 흘리고 있다면 이제 곧 웃는 날이 올 것이다. 현재 해가 중천에 있는 정오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면 이제 곧 해가 지는 저녁이 올 것이다. 그리고 해가 지더라도 내 길을 비춰주는 달과 별이 뜰 것이다.      


* “정상에 살 순 없다. 내려올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 인생의 성공, 정상만을 향해 달려온 인생은 산을 내려올 때를 잊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내려놓고, 내어주며,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등등 산은 이렇게 우리에게 마음의 풍요로움과 더불어 육체의 건강도 함께 선물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2015년 4월 18일 토요일, 날씨 맑음. 작년 서연이(7세), 재훈이(5세)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검단산 정상(해발 657m)에 올랐습니다. 성인의 걸음으로라면 1시간이면 오를 산이지만 어린 두 아이들을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고 올라가나라 3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저와 아이들과 천천히 쉬엄쉬엄 산을 오르며 작년에 떨어진 도토리 보석 찾기 놀이, 산 속 개미와 이름 모를 다양한 벌레들을 잡기, 낙엽을 하늘 높이 던기 등 자연이 우리에게 준 다양한 놀잇감으로 소통하려고 했습니다.      


산의 정상에 올라 성냥곽처럼 작게 보이는 우리 아파트를 보여주며 인간의 작음과 연약함에 대해, 사랑하기에도 모자를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7살, 5살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은 산 꼭대기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녀 아빠의 산상수훈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와 같았죠. 

   

6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치고 따뜻한 온수로 아이들을 발을 마사지해주며 저는 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서연아, 재훈아. 오늘 산에 오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뭐야? 서연이 재훈이는 뭘 느꼈어?” 신기하게도 두 아이는 동시에 똑같이 “산 정상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맛있었어”이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아빠의 산상수훈의 가르침은 경험상 유아시기에는 아빠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과 신체운동능력 향상, 정상에서 맛본 꿀 맛 같은 아이스크림으로 족해야하나 봅니다.)     

어제는 “히말라야”(황정민, 정우 주연) 영화를 봤습니다. 엄홍길 산악대장의 삶을 그린, 그 중 사람에 대한 사랑과 그 소중함을 표현한 휴먼원정대의 사건은 관람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죠. 저 역시 남자이지만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연신 눈물, 콧물을 닦으며 한참을 울었답니다. 다행인 것은 저만 우는 것이 아니라 제 왼쪽의 사람은 폭풍 오열을 하는 바람에 사실 덜 부끄러웠는데요.      


본 글의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며 자막이 올라갈 때 왼쪽 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분은 자녀 둘을 데리고 온 40대 초,중반의 아빠였고, 그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서 저는 한참 동안 그 아빠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아빠들은 마음 껏 울 곳이 없어서 깜깜한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나 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언제 울었냐는 듯 당당히 세상으로 가정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해발 7000미터, 8000미터만 올라가면 철학적인 생각이 막 떠오를 것 같죠? 그런데 안그래요.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울 때 제 얼굴이 나옵니다. 비로소 가면을 벗는 거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제 맨 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엄대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한 이야기가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바라기는 아빠인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가면을 벗은 자기 본연의 얼굴을 마주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자기처럼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를 것입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진정한 나와 내 아이가 소통하고 싶어서죠.      


이번 주말, 아이와 함께 겨울 산 등산 여행 어떠세요?      


2016. 1. 15 엄마들이 마음 편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 히말라야 영화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퍼옴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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