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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Feb 07. 2016

당신 가지고 있나요? “가족버킷리스트"

아이와 함께 나무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마음 나누기 

당신 가지고 있나요? 딸과 아들과 함께 하고픈 “가족 버킷리스트!” 말에요.

“아이와 함께 나무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마음 나누기”     


저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밑줄 친 내용을 정리합니다. 때론 책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까울 때도 있습니다. 정리하는 시간에 다른 책을 한권 더 볼 수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책의 내용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리하는 숩관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고된 인생의 한 걸음을 걷다가 커다란 나무 아래 쉬어갈 때, 책이 마음에 새겨준 귀한 양식을 꺼내 봅니다. 그러면, 다시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희망이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기때문이죠.  

오늘은 《숲에게 길을 묻다》 의 저자 김용규 선생님의 한 일화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가르쳐주기 위해 텃밭을 가꾸던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입니다.    

  

김용규 선생님은 회사를 운영하실 때 경기도 양평에 텃밭 규모의 농사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딸에게 소중한 유년기의 기억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뙤양볕에서 김을 매던 어느 날 선생님의 딸은 주변에서 산딸기를 따서 먹으며 놀다가 새참시간이 되어 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잔뜩 휘어진 소나무를 보며 이야기를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딸1 : “아빠! 저 나무는 왜 저렇게 휘었을까? 좀 불쌍해보인다”     

아빠1 :“음, 얼마전에 아빠랑 갔던 경복궁의 근정전이 기억나니?”     

딸2 : “응!”       

아빠2 “그럼 그 건물을 받치고 있던 기둥은 생각나니?”     

딸3 : “응!”     

아빠3 : “아주 반듯하고 웅장하긴 하지만, 그 기둥도 저 나무와 같은 소나무란다. 또 얼마 전에 책에서 보았던 정이품송, 있지? 세조가 행차할 때 가마가 걸리지 않도록 가지를 들어 올려서 벼슬을 하사 받았다는 나무 말이야” 

딸4 : “응!”     

아빠4 :  “그래 그러면 저 휘어진 소나무와 근정전의 기둥으로 쓰인 소나무와 정이품송 중에서 어떤 소나무가 가장 불쌍하고, 또 어떤 소나무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생각을 돕기 위해 조금 더 설명하면, 근정전의 기둥이 된 소나무는 곧고 웅장하게 잘 자라서 궁궐의 제목으로 선발되었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의 도끼에 맞아 죽어야 했고, 정이품송은 사진에서 보았듯이 아주 오래 살고 있지만 사람들이 받침대도 세워주고 수시로 약도 먹인단다. 아픈 몸을 이끌고 지금까지 겨우겨우 살고 있는 셈이지. 그냥 자연스럽게 살았다면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지도 몰라.      


마지막으로 저 소나무는 다른 나무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지를 이리저리 비틀기는 했지만 사람들로부터는 자유로운 것 같구나”     


그대는 어떻습니까? 어떤 나무가 가장 행복하고 어떤 나무가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용규 《숲에게 길을 묻다》 1막, 수용과 출발 중 -      

‘휘어지고 비틀어진 소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살아남기 위해 햇빛을 찾아 이리 휘어지고 저리 휘어졌지만, 사람들에게서부터 자유로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와 가르침에도 마음이 움직였지만 사실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것은 저자의 “메시지”를 넘어선 그때의 “장면”이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저는 김용규 선생님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이 이야기를 나누던 밭에 함께 머물러 그들의 대화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아빠와 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그림이 제겐 커다란 감동이였죠.      


사랑하는 딸과 아빠와의 만남은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딸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 눈이 마주쳤을 때 전해지는 인자한 미소, 딸의 손에 묻어 있는 흙을 털어주며 마주한 스킨쉽, 딸의 질문에 사랑하는 딸의 인생 길의 지침이 되길 바라는 아빠의 가르침, 그리고... 말 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맞는 여름 바람. 저에겐 이 장면이 참 부러웠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과 함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바로 추가했죠.     


1. 따뜻한 봄 날, 딸의 학교에 가서 아이를 빼온(?) 후 춘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딸의 핸드폰에 들어있는 노래를 듣는다. 춘천에서 소양호도 가고 맛있는 닭갈비도 먹고, 엄마와 아빠가 연애했던 이야기도 들려주고, 딸의 고민에도 귀를 귀울여 주며, 딸과의 1일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에겐 절대로 비밀!이라는 것이다. ㅋㅋㅋ (이 미션은 정신분석가 이승욱 박사의 책에서 팁을 얻었죠.)     


2. 아들과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위닝일레븐 축구게임하기.     

3. 딸과 아들과 함께 자전거도로 전국 일주하기     


4. 아이가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장에 함께 가서 스텐딩으로 즐겨보기      


5.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도란도란 마음 속 이야기 나누기. (올림픽공원의 나 홀로 나무 아래 같은 곳요. 아니면, 《엽기적인 그녀》 엔딩 장면의 나무도 좋겠네요)     


여러분은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하고픈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오늘, 한번 우리 가족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2016. 2. 2 엄마들이 마음 편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퍼옴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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