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비가 나를 맞이해준다. 곧 큰 바람이 분다고 하니 일요일 초저녁의 제주 시내가 고요하게 숨죽인듯하다. 그간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건만 단돈 4000원짜리 제주행 티켓에 마음을 관통한 태풍이라 함에도 주저할 수 없었다. 이 그럴듯한 마음의 옷차림은 언제쯤 벗어버릴 수 있을까. 시내를 벗어나 성산행 111번 버스는 좀 더 작은 불빛들이 모여있는 마을로 향한다. 멍하니 밖을 쳐다보는 내가 아쉬워 핸드폰을 잡고 말간 화면에 엄지손가락 둘을 올려놓았다. 그러다 밖을 한번 쳐다보고, 버스의 엔진 소리를 감상하다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나 자신을 목격한다. 참 뭐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를 적어보고 있으니 여행일까 하는 얄팍한 마음은 던져내고 싶다. 내일 지미봉에 오르면 무언가 마음 달라질까. 아님 오늘 말간 국물에 뜨끈하게 끓여 낸 무언가를 먹으면 내 마음이 차오를까. 분명 종기형에게 멸치 국물 얘기를 하면 미친놈 소릴 듣겠지.
매콤하게 끓여 낸 진석이 표 어묵탕도 생각나는데 또 한소리 듣겠지.
말없이 반겨주는 이들 덕분에 다행히도 걸음은 그 태풍을 관통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다시 무엇을 적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