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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에게 사랑이 온다면

고기를 못 드시는 엄마의 영향에

우리 형제의 순대 입문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신림동 외삼촌이

처음으로 사주셨던 당면 순대만큼은

그 기억이 강렬하다.


퇴근길 귤 한 봉지 안 사 오셨던 아빠의 기억은

뒤로하고 우린 모든지 큰마음이셨던 외삼촌들의 손아래 유년의 기억을 쌓아갔다.

첫 외식, 첫 여행, 그 모든 첫 번째의 기억이

외삼촌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쫄깃하고 고소했던 당면 순대

매주 주말이면 큰 외삼촌과 함께 갔었던

용산 USO 미군부대의 핫도그와 야채수프

그 작고 작은 형제는 그 사랑 안에 있었다.


오늘도 아빠에게 모난 짓을 하고 말았다.

후회란 것도 별로 없다.

더 이상 참기도 싫고 눈치보기도 싫다.

어렸을 적 아빠가 퇴근할 때면

긴장했던 내가 보일세라

오늘도 금세 그 자리를 피했다.


주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큰아빠가 큰소리로 말한 것을 들었을 텐데

그게 제일 큰 걱정이다.

큰아빠 좀 안아줘 하니 말없이 안아준다.

그 큰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나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영규와 순댓국을 먹다 막걸리 한 병을 시켰다.

큰아빠는 왜 물만 마셔?

물어보는 아가에게 순대 한 점을 반으로 잘라

입에 넣어줬다.

처음 맛본 순대는 어땠어?

처음 본 바다는 어땠어?

뭐든 말만 하기보다 행동이 마음을 앞서야 겠다.

다음엔 우리 주현이 목말을 태우고 아차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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