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점심식탁
여름이다. 사시사철 먹는 냉면이지만 그 맛과 멋에 열정을 불태워줄 한낮의 더운 공기는 찬 육수를 준비하고 면을 삶아도 전혀 개의치 않게 나를 점심 식탁으로 이끈다. 며칠 전 사과, 오이, 양파를 갈아서 만들어둔 양념장이 숙성을 마쳤다. 포인트는 각 재료의 양의 기준치를 절대 넘기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어느 것 하나 넘치거나 모자라면 내가 원하던 맛의 균형감은 깨지기 마련이다. 신 응암시장의 시장냉면이 이번 냉면 만들기의 레퍼런스였는데, 가쓰오 간장과 고운 청양고춧가루를 더해서 그 매콤한 감칠맛을 살려보았다. 면은 시판되는 메밀면을 끓인 물에 넣고 50초만 휘휘 저어주었고, 이때 불을 켜고 면을 같이 삶으면 전분이 녹아 면의 찰기가 없어지니 꼭 불을 끄고 삶어야 한다.
꽝꽝 얼린 각 얼음을 그릇 밑에 깔아주고 육수를 먼저 부어 온도를 차갑게 맞춰놓고 면은 물기를 탈탈 털어 한번 손으로 돌려 모양을 맞춰주고 그 위에 고명으로 오이 듬뿍 통깨는 돌절구에 몇 번 찧어 향을 내어서 수북이 올려내니 일단 비주얼은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두 그릇 냉면 만들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엄마를 부르니 벌써 되었냐고 놀라신다. 한입 두 입 면을 가득 베어 문 엄마와 나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엄마는 연신 돈을 벌었다고 좋아하신다. 내 입맛에도 흡족하니 이 냉면 수련의 길, 고삐를 더 당겨도 되겠다. P.s 고추부각 만드는데 한 시간 걸린 건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