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연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겨울 낭만인지도 모르는 플랫폼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열차를 기다렸어.
언제부터 그랬는지 경의 중앙선은 지상으로 다니는 덕에 기차를 타는 설레는 기분이 묘하게 들거든.
동희 누나가 내려준 수색역에는 오래된 디젤 기관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출발을 준비하더라고, 그 순간 탄소 배출이니 환경오염 같은 단어는 하얗게 지워지고 그 옛날 시골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동생과 서울역에서 단둘이 탔던 무궁화호가 기억났어.
일산역에 내려서 신호등을 건너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내 앞에 목발 짚은 아저씨가 서있더라고 누군가 하고 봤더니만 동생인 거야, 오늘 아침 내가 공연장에 출근하기도 전에 사무실 이사한다고 바쁘게 나갔거든, 근데 무거운 장비를 옮기다 발등을 다쳤다고 하더라고, 순간 내색은 못했지만 얼마나 안쓰러운지 집에 들어와 퉁퉁 부은 동생 발을 보니 새삼, 그 삶의 무거운 어깨가 내 마음을 툭하고 치고 지나가더라.
좋아하던 드럼을 그만두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만 봤는데, 내일도 사무실에 출근해야 한다는 동생에게 괜히 핀잔만 늘어놓았어.
다들 잠이 들고 우두커니 식탁에 앉아 늘어놓은 기분을 정리하다 그냥 동생한테 미안해서 털어놓은 글이야.
그나저나 동생이 내일 하루는 쉬었으면 하는데 나는 과연 내일 아침 따듯한 한마디로 건넬 수 있을까 모르겠어, 참 이게 뭐가 어렵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