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감사한 하루.

여름날

대체로 수업이 없을 때에는 교습소 문을 잠가 놓는다. 어떤 누군가, 약속 없는 만남은 내게 이젠 조금 낯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첫 수업이 끝나고 한 시간의 틈이 생겼을 즈음 어느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일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었더니, 참 오랜만에 보는 후배이다. 그 후배의 이름은 태우. 태우는 내 친구의 오래전 제자였었다. 얼마 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터, 그런데 녀석은 나를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나 보다. 서프라이즈 란다.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와서는 형이 보고 싶었다고, 그래서 그냥 왔다고 한다. 어떤 마음의 모양이 그를 움직였을까. 애써 묻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알게 된 시절부터 함께 알았던 동생들의 안부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다음 레슨이 있었다. 고작 20여 분, 그의 발길이 무색할 만큼 짧은 시간. ‘형이 쓰는 글들, 잘 보고 있어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리고 오래전 치기 어린 내가 생각나 얼마나 창피했던지, 참으로 감사했던 오늘이다. 오랜 생각으로 쓰고 싶었는데, 이 막걸리 한 잔으로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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