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의 진지한 고민
요즘 너무 아들 녀석 취향대로
밥반찬으로 고기 로스구이만 먹이는 것 같아서
정신 차리고 생선과 나물반찬 체제를 가동했다.
생선 중에서도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단연 예전부터 굴비다.
아들이 5살 무렵
가족 다 같이 먹으라고 굴비를 네 마리 정도
구워놨는데 본인이 혼자 세 마리 정도 먹더니
나머지 한 마리는 고이고이 접시를 덮어 냉장고에 두며
이거는 나중에 자기가 먹어야 해서 지금 바로
넣어놔야 한다고 진지하게 욕심부리던 일화로
우리 가족은 두고두고 큰 애를 놀린다.
그러던 아이가 커서 이제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번에는 굴비를 열심히 또 먹다가
‘아.. 생선을 잘 발라먹어야 장모님한테
점수를 좀 잘 딸텐데…’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 참 기가 막혔다.
아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벌써
장모님한테 잘 보일 걱정이라니?
기가 막힌 내 맘은 또 순간적으로 숨기고
‘누가 생선 잘 바르면 장가 잘 간대?‘
태연한 듯 관심 없다는 듯 일상적이라는 듯
대체 그런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건지 물어봤다.
‘어 그 삼촌도 부산 가서 생선 엄청 잘 발라먹어서
장모님 장인어른이 되게 좋게 보셨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숙모랑 결혼도 잘하고!‘
그렇다.
내 남동생도 초등학생 시절
누나나 엄마처럼 싸나운 사람 말고
숙모처럼 순한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 했다.
이제는 내 아들도
이상형은 오로지 숙모-
단계에 접어든 나이인 것이다.
나쁜 놈.
언제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엄마랑 결혼하고 싶다더니.
벌써 중학교도 안 간 녀석이
얼굴도 모르는 미래 신부의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잘 보일 고민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에라이 이놈 시키.
내친김에 에라 모르겠다
그럼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냐고도 물어봐버렸다.
요놈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곰곰이 몇 초 생각하더니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면
같이 살아나가는데 좋을 거 같다고 한다.
에라이 이놈아.
그래 생선 이쁘게 싹싹 잘 발라먹어서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색시 만나서
장모님 장인어른 사랑 듬뿍 받고 잘 살아라 요놈아.
아주 그냥 내가 바라는 바다 요놈아.
머리에 피도 안 말랐지만 생각 잘한 요놈아.
행복하게 잘 살아라 요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