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7 댓글 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장모님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6학년의 진지한 고민

by 배지 Mar 06. 2025


요즘 너무 아들 녀석 취향대로

밥반찬으로 고기 로스구이만 먹이는 것 같아서

정신 차리고 생선과 나물반찬 체제를 가동했다.


생선 중에서도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단연 예전부터 굴비다.

아들이 5살 무렵

가족 다 같이 먹으라고 굴비를 네 마리 정도

구워놨는데 본인이 혼자 세 마리 정도 먹더니

나머지 한 마리는 고이고이 접시를 덮어 냉장고에 두며

이거는 나중에 자기가 먹어야 해서 지금 바로

넣어놔야 한다고 진지하게 욕심부리던 일화로

우리 가족은 두고두고 큰 애를 놀린다.


그러던 아이가 커서 이제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번에는 굴비를 열심히 또 먹다가

‘아.. 생선을 잘 발라먹어야 장모님한테

점수를 좀 잘 딸텐데…’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 참 기가 막혔다.

아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벌써

장모님한테 잘 보일 걱정이라니?


기가 막힌 내 맘은 또 순간적으로 숨기고


‘누가 생선 잘 바르면 장가 잘 간대?‘


태연한 듯 관심 없다는 듯 일상적이라는 듯

대체 그런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건지 물어봤다.


‘어 그 삼촌도 부산 가서 생선 엄청 잘 발라먹어서

장모님 장인어른이 되게 좋게 보셨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숙모랑 결혼도 잘하고!‘


그렇다.


내 남동생도 초등학생 시절

누나나 엄마처럼 싸나운 사람 말고

숙모처럼 순한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 했다.


이제는 내 아들도

이상형은 오로지 숙모-

단계에 접어든 나이인 것이다.


나쁜 놈.


언제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엄마랑 결혼하고 싶다더니.

벌써 중학교도 안 간 녀석이

얼굴도 모르는 미래 신부의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잘 보일 고민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에라이 이놈 시키.


내친김에 에라 모르겠다

그럼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냐고도 물어봐버렸다.

요놈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곰곰이 몇 초 생각하더니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면

같이 살아나가는데 좋을 거 같다고 한다.


에라이 이놈아.

그래 생선 이쁘게 싹싹 잘 발라먹어서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색시 만나서

장모님 장인어른 사랑 듬뿍 받고 잘 살아라 요놈아.



아주 그냥 내가 바라는 바다 요놈아.

머리에 피도 안 말랐지만 생각 잘한 요놈아.



행복하게 잘 살아라 요놈아.







작가의 이전글 오전 반차의 목적 : 대치동 입시설명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