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인건가
문자가 하나 왔다. 개편되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해서 초등학생부터 중고교 과정까지 고교학점제로 개편되는 것, 내신등급제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경 등 영재고, 과학고, 특목고, 자사고를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입시 정보에 대해서 대치2동 주민센터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즈음에 큰 생각 없이 신청했던 소위 ‘성대경시‘ 때 남아있던 내 전화번호가 어디에서 돌고 도는지 학년이 시작하거나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정말 끊임없이 적재적소에서 내 학부모로서의 자아를 현혹하는 문자들이 기가 막히게 도착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순간부터 출산, 육아 휴직을 제외하면 계속 회사를 다녔는데 (정말 큰 생각 없이 그냥 일을 시작했었는데) 햇수로 벌써 16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며 결단을 내린 적도 없건만 워킹맘으로 꾸역꾸역 살고 있다.
워킹맘은 제일 취약한 아킬레스건 같은 부분이 내가 중요한 ‘정보‘를 모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대주주인 사장님이 주인인 회사에서, 그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하루종일 9시부터 6시까지 고민하고 오면 집에 와서는 별로 고민할 체력이나 시간이 남지 않아서 아이들 입시에 유용한 교육 정보를 나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내가 제일 두려운 상황은 아이는 잘하고 열심히 다 했는데 엄마인 내가 뭘 몰라서 애가 입시에서 손해를 보는 그런 상황이다.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어쨌든 그래서 직장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반차’를 큰 마음먹고 내고 오늘은 오전부터 대치2동 주민센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여기는 주민센터 주차장 답지 않게 크고 넓고 아주 좋다) 도착했다.
설명회의 핵심부터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영어보다는 수학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
(찍지도 못하는 주관식문제, 킬러문제 있음,
배점이 4점짜리 문제가 수학에만 있음)
- 국어는 자만하지 말고 길게 보고 꾸준해야 한다.
- 새로운 입시에서는 문이과 구분 없이 모두가
사탐 과탐을 (선택과목 없음) 전 범위 시험 봐야 해서
탐구과목 중요도가 높아졌다.
- 수학 범위도 문이과 구분 없이 전범위다.
- 의대나 약대를 생각한다면 생명과학과 화학을
중요 필수 과목으로 잘하고 좋아해야 한다.
- 고1 첫 내신 망하고 수능파로 돌아선다고 하면서
내신을 포기하는 순간 수능까지 그냥 몇 년 논다.
- 수능을 열심히 준비한다는 건 곧 내신을 열심히 준비
하는 것이다.
- 어느 고등학교를 가든지 그 학교탓할 것 없고,
그 학교에서 열심히 잘하면 스카이 간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한국사 시험이 따로 있다는 것부터 나는 새로웠다. 그리고 내가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이라 문과도 과탐 시험을 보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그런 세대였는데, 나 이후로는 문과는 과탐시험을 아예 안 봐도 된다고 들었었건만. 언제 시간이 또 흐르고 돌고 돌아 나 고3 때처럼 또 전 과목 모두가 다 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예비 중학생이라 생각해서 입시의 흐름 정도만 알아가기 시작하려고 입학설명회에 왔는데 이거 뭐 안 들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워킹맘인데 정보를 모르면 어쩌나 전전긍긍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그냥 정보를 찾아 나서면 될 일이었다. 이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아서 그런 똑똑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금세 이해가 쏙쏙 된다.
종합하자면 요행을 바라면서 입시준비해서는 안되고,
(예를 들면 누구는 논술로만 대학을 갔다더라… 그러니까 우리 애도 공부 대충 해도 혹시..? (X))
그냥 집 앞에 있는 고등학교 가서 열공하라는… 돌아보니 아주 클래식한 이야기였다. 전국 수험생의 숫자 대비 모두가 가고 싶은 그 좋은 대학교 정원의 숫자 비율만큼 고등학교에서 내신을 따두면 좋은 대학 골라간다라고 말을 해주니, 막연하게 좋은 대학 가야지.. 갈 수 있을까.. 어버버 하는 것보다 훨씬 와닿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은 거라는 박명수의 명언을 새기며, 늦기 전에 미리미리 조금씩이라도 입시 감을 잡아가면 귀여운 아들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 눈에 솜털 보송한 아이들인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