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솔직히 필 때
좀
멋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멋이 있는 것 같은데
담배를 필 때는 약간 그
퇴폐미
거친미
음울미
시름미
이런 종류의 멋이 있어 보인다.
보통은 미간을 찡그리고
회색 연기를 한숨 쉬듯 후...
하고 불어내는 것이 보통인데
세상이 너무 즐거울 때보다
주로 힘든 일이 있거나
답답하니 속 타는 일이 있을 때
담배를 피는 모습들이 많다 보니까
담배를 문 사람들은 애잔함이 더해진다.
나는 전에 대학교에서 연극을 할 때
담배 피며 포카치는 아저씨 역할을 했었는데
그때 담배를 피워본 적 없던 20대에게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대신
쑥담배를 연출 언니가 한 갑 사다 줘서
그걸로 한두 번 연습도 하고 공연도 했었다.
(반전은 그 쑥담배 타는 냄새가 더욱 지독해서
흡연자들도 차라리 담배가 낫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것)
쑥담배가 워낙 구렸던 덕분인지
비록 내가 흡연자가 되지는 못(?) 했지만
나는 85세쯤 되는 나이에
멋있게 담배를 피우는 할머니가 되는
철저한 계획이 있다.
내가 85세 할머니가 되면...
쪼글쪼글한 입술을 쭉 내밀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담배를 한대 딱 끼우고
미간을 확 찌푸리며...
왼손은 청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선글라스는 코끝에 걸치고
멋있게 담배를 피울 거다.
솔직히 지금도 멋으로만 따지면
진작부터 피우고 싶지만
아직 잘 키워내야 하는 아들들도 있고
또 한참 건강하게 잘 살아나가야 할
멋보다 중요한 긴 세월이 남아있어서
지금은 못 피겠다.
그 와중에 내 머릿속에 드는 의문은
대관절 전자담배는 왜 피우냐 이거다.
일단 너무 멋이 없다.
연기도 없고 수증기에다가
인생의 고뇌를 담았다기에는
너무 발랄한 과일향 같은 것이 뿜뿜이다.
그러니 전혀 섹시하지도 않다.
그 와중에 몸에 나쁜 건 골고루 다 들었다.
모양 빠지게 중독성도 있다.
멋있지도 않고 몸에도 나쁜데 왜 피냐?
지금도 길을 지나가다가
연초 흡연 무리가 있으면
어떨 때는 그 근처에서 한 번씩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간접흡연을
해볼 때도 있지만
전자담배 무리는
완전 피해서 돌아간다.
지극이 주관적인 내 생각이지만
좀 바보 같고 변태 같아서.
전자담배회사가 내 글을 보면
싫어하겠지.
그러나 내 생각일 뿐이니까
no offense
보편적으로 전자담배가 구리다는 공익을 담은
내 생각의 표현의 자유가
이 글로 인해 헤쳐질 전자담배 회사의 이익 감소와 비교해보았을 때
보장되어야 할 가치로 판단하여
과감히 발행 버튼 누질러 본다.